애플 상대 소송 1개 취하 … 삼성전자 “더 세게 붙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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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근 미국 애플과 특허 문제를 놓고 ‘전면전’을 선언한 삼성전자가 애플을 겨냥한 특허 침해 소송 하나를 취하한 것으로 3일 밝혀졌다. 올 4월 말 애플을 상대로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소재 연방법원에 낸 특허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한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삼성이 애플과의 특허 싸움에서 한 발 빼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돌았다. 하지만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좀 더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연은 이렇다. 애플은 지난 4월 15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발 앞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이를 계기로 두 회사 간에 본격 치고받는 특허 침해 갈등이 촉발됐다.

 연방법원은 두 회사가 낸 소송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판단해 삼성이 제기한 소송을 북부지방법원으로 내려보냈다. 그 결과 같은 법원의 같은 판사가 애플과 삼성이 상대방에게 제기한 특허 소송을 동시에 맡게 된 것. 이에 삼성전자는 ‘맞불 전략’을 조금 틀었다. 기존에 낸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애플의 소송에 카운터클레임(반소)하는 방식으로 특허 권리를 주장하기로 한 것.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같은 법원에서 비슷한 종류의 특허 소송을 따로 진행할 경우 소송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서 한 조치로 보인다”며 “물러서는 게 아니라 좀 더 효율적으로 더 세게 맞붙기 위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중국 등지에서 만든 애플의 제품 6개를 수입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와 같은 내용의 특허 침해 건으로 델라웨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도 했다. 애플이 먼저 특허 전쟁의 칼을 빼들었지만 삼성전자도 전례 없이 공격적으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이미 두 회사 간 소송 전쟁은 전 세계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영국·이탈리아에서도 특허침해 혐의로 애플을 제소했다.

 애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이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를 요청하자 애플은 1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 4G 등 갤럭시 모델에 대한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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