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시장 '부유층'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주중앙

입력

요즘 주택시장을 '고요 속의 태풍'이라고 표현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래가 한산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아주 활발하기 때문이다. 힘들여 한푼 두푼 모아 집을 사는 바이어들은 줄었다. 대신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거나 물려준 재산 등 보통사람들이 따라가기 힘든 재력을 갖춘 부유층은 부동산 구입에 여념이 없다.

-30%가 현금구입

"융자요? 우린 현금으로 구입할 건데요" 1주전 다운타운에서 86만달러짜리 2베드룸 콘도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중국계 미국인 첸씨는 당당한 모습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인을 통해 바이어를 소개받은 에이전트 앤디 박씨는 "최근 들어 이런 바이어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주택경기가 호황을 보이던 2000년대 중반까지는 부유층 투자자보다는 서민들의 구입이 많았고 지금은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한 바이어들의 4분의 1은 현금으로 집을 샀다. 전국부동산 중개인협회(NAR)는 올해는 이 수치가 더 올라가 30%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어는 누구

현금이나 50%이상 다운페이먼트로 주택을 구입하는 바이어들은 대부분이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커뮤니티 대상의 리커나 마켓규모가 아니라 주류사회를 상대하는 기업가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LA주변은 중국계 투자가 두드러진다. 중국계는 차이나 본토를 비롯해서 홍콩이나 동남아권의 화교출신도 많다. 화상출신 바이어들은 대부분이 현금구입을 선호한다.

한인들도 뒤질 수 없다. 리얼티 원의 대니얼 정 에이전트는 "타운에 알려지지 않은 재력가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들 부유층은 평소 보통사람들이 접해보지 못했던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입에 따른 세금을 절세하기 위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인 중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연소득이 50만달러가 넘는 의사나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들도 많다.

-어떤 물건 사나

재력가들이 구입하는 주택은 위치에 따라 목적도 다르다. LA 다운타운 콘도는 렌트를 목적으로 구입하거나 자녀를 위해 사는 경우가 많다.

다운타운 새 콘도의 렌트는 1베드룸이 2300달러~2500달러이며 2베드룸은 2800달러이상을 받는다. 전망이나 면적에 따라 3000달러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USC나 로욜라 등 다운타운 주변의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중인 자녀가 입주해서 살기도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아파트를 찾는다. 렌트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투자가들이 많다. 이들은 렌트 수입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므로 인컴이 낮더라도 좋은 동네를 선호한다.

리맥스 메가 부동산의 제니 유씨는 "재력가들의 구매시점을 보면 일반 바이어들과 틀리다"고 지적했다.

유씨는 "현금으로 구입하는 투자자들은 서민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는 부동산을 팔고 서민들이 집을 던질 때 그 것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리얼티 원의 대니얼 정씨는 "어떤 투자자는 차압으로 나온 4유닛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입한 후 간단히 손을 본 후 6개월정도 비워둔 채로 나뒀다가 다시 마켓에 내 놓는다"며 이들은 투자목적이면서도 매월 들어오는 인컴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득 부동산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