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너무 미지근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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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현재 은행들의 대출 가운데 5% 남짓한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5년 뒤인 2016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주택 규모의 대출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올리고, 변동금리 대출과 거치식 대출에 대한 공제한도는 줄이기로 했다. 가계부채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옳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강력하게 획기적인 대책”을 예고한 만큼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스스로 “인센티브를 통한 유도(誘導)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털어놓았을 만큼 미지근한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내놓은 쥐꼬리만 한 인센티브로 가계부채 구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매년 0.7~0.8%포인트 더 높은 이자를 물면서까지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할지 의문이다. 또한 강력한 대출 억제 수단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조이지 않은 채 단지 은행에 대한 창구 지도만으로 가계대출을 연착륙시키기는 어렵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정상적인 수준까지 조속히 올리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면서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올라가게 된다.

 우리나라 가계 빚은 양과 질에서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대출 구조가 변동금리와 일시상환 방식에 너무 치우쳐 있다. 경제위기가 닥치거나 금리가 뛰면 대재앙(大災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대출의 불안정한 구조를 바로잡고 증가율을 낮추려면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주택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1990년 대출총량제라는 극약처방을 도입했다가 거품 붕괴의 비극을 맞았다. 이런 불행이 뒤따르지 않으려면 선제적으로 강력한 대출 억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물론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제 성장을 통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금융위원회 차원을 넘어 한국은행과 범(汎) 정부부처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보다 효과적인 후속조치를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