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중국대학에서 가르치는 한국교수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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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학교를 다니는 아홉 살 된 딸이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서 조 삼영 충칭대 물리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아빠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애국심 교육을 강조하는 중국 학교에서 “나는 중국 사람이다!(我是中国人!)”를 반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칠 때 문득 본인의 '다름'을 자각한 것이었다. 딸은 순진하게 물어본 것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조 삼영 교수는 달랐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이전에 호주에서 생활할 때 사춘기 시기의 한국 청소년들이 정체성 문제로 매우 심각하게 방황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 교민은 그에게 방황하는 자기 아들 문제를 의뢰하기도 했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캐나다에서 중국을 방문한 한 한국인과 또 비슷한 문제를 논의한 참이었다. "이제 내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포항공대에서 학위를 마친 조 삼영 교수는 호주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딸이 태어나자 자연스럽게 호주 국적을 취득했고, 나중에 부인도 호주 국적으로 바꾸었다. 본인는 그대로 한국국적을 유지했다.

그러던 참에 중국이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해외 유수 연구 인력을 초빙하기 시작했고, 호주에서 알게 된 중국 교수의 소개로 중국 내륙 도시인 충칭의 충칭 대학 물리학과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로 특채되었다. 외국인에게 좀처럼 주지 않는 중국 대학의 높은 교수 급이다. 그렇게 해서 본인은 한국인, 부인과 딸은 호주인, 그리고 가족이 중국에 살게 되었다.

그렇게 벌써 4년. 연구는 순조롭고, 첫 중국박사과정 학생의 논문 지도도 순항이다. 자리를 잡았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쯤, 딸의 갑작스런 질문으로 인해 '가족'에게 소홀했구나 하는 자각도 새롭게 하게 되었다.

"우리는 해외에 일하면서 직장과 가족 부양하느라 우리만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 직장에 따라 외국을 옮겨 다녀야 하는 가족이 힘든 것은 잘 의식하지 못할 수 있다. 내 딸이 '아빠 나도 힘들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외국에 있을수록, 더욱 내 가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써니리 '한중미래연' 전문위원 (=중국 충칭)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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