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합창단 12년만에 다시 모여 '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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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합창단을 기억하시나요. 지휘자와 단원의 갈등이 '노사분규'로 번져 1988년 10월 공연을 끝으로 해체돼 음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비운의 합창단을.

한국 합창음악사의 화려한 꽃으로 피어올랐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대우합창단. 그로부터 어언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단해 혈기 왕성했던 창단 멤버들은 어느덧 불혹(不惑)의 나이를 훌쩍 넘겨 음악계 중견들로 성장했다.

소프라노 신지화(이화여대 교수)·유미숙(명지대 교수) ·메조소프라노 김현주(중앙대 강사)·장현주(경원대 교수)·테너 강무림(상명대 교수)·조성환(장신대 교수)·바리톤 김동규 등이 그 주인공들. 합창단에서 만나 결혼한 부부도 네 쌍이나 된다. 그새 지휘자 윤학원(尹鶴元·61·중앙대 음대학장)씨의 머리카락은 백발이 다 돼 버렸다.

대우합창단은 국내 본격적인 직업합창단 시대의 개막을 알렸지만 안타깝게도 출범 5년만에 좌초돼 오히려 직업합창단 창단의 기운을 막는 결과를 초래했었다. 83년 10월 남·여 각 20명으로 구성된 대우합창단은 당시 2년 계약의 별정직 사원으로 1일 4시간 근무에 높은 초봉(남자 35만원.여자 30만원)과 연간 4백% 보너스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출발했다. 합창단의 연간 예산은 약 4억원. 그때까지만 해도 성악과 출신에게는 최고의 직장이었던 국립합창단의 대우를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부의 사소한 불협화음은 합창단 해체라는 극한 상황을 몰고 왔다.

그 아쉬움과 반성의 뜻을 담아 역대 단원 1백10명 중 55명이 12년만에 다시 모여 하모니를 만든다. 오는 29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멤버 대우합창단' 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갖는다.

윤학원 교수의 지휘로 당시 즐겨 불렀던 레퍼토리 중에서 한국가곡·흑인영가마·드리갈·한국민요를 들려준다. 대우합창단은 창단 후 5년 동안 '헨델의 오라토리오' '이집트의 이스라엘인' 등 국내 덜 알려진 레퍼토리를 초연한 것을 비롯해 정부기의 '초혼' 등 국내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위촉.초연했다. 또 88년에는 김자경오페라단과 공동으로, 이건용의 오페라 '솔로몬과 술람미'등 국내 신작을 위촉·초연했다.

창단 멤버 출신인 박신화(42.안산시립합창단 지휘자)씨도 지휘대에 선다. 박신화씨는 "해체 후에도 단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우의를 다져왔지만 지난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임 후 음악회를 통해 위로의 뜻을 전하자는 윤학원 교수의 공연 제의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며 "아직도 가슴 속에는 창단공연 때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채 남아 있다" 고 말했다.

'리멤버 대우합창단'은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영락교회에서 연습 중.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한 두차례의 정기공연을 통해 음악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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