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1개월 만에 만나 125분간 팽팽한 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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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찬을 겸한 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 조찬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성식 기자]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7일 청와대 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등록금 경감 등 핵심 의제에선 평행선을 달렸다. 회담은 애초 예정됐던 1시간30분을 넘겨 2시간여 진행됐다. 두 사람은 3년1개월 전인 2008년 5월 회담 때도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오전 7시30분 청와대 백악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손 대표의 둘째 딸 결혼식 얘기를 꺼내며 “(손 대표와)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연락을 하지 않아 섭섭했다”고 말했다. 이에 손 대표는 “실제로 주변에서 섭섭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어제 태풍 때문에 잠도 잘 못 잤다”고 하자 손 대표는 “이번 태풍(이름)이 ‘메아리’인데 이 회담이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두 사람은 해장국으로 조찬을 마친 뒤 본격적인 신경전을 벌였다. 손 대표는 A4 용지 12장짜리 문건을 테이블에 꺼내 놓고 발언을 시작했다. 모두발언만 9분이었다.


 ▶손 대표=재래시장 상인과 중소기업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데 대기업 은 비대화하고 있어 저잣거리의 분노를 전달하러 왔다. 특권과 반칙의 고리를 끊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야당 입장에서 보면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오랫동안 압축 성장 과정에서 쌓여 온 우리 사회의 그늘이 많이 있다.

 두 사람은 ‘잠깐’ 저축은행 사태의 심각성엔 공감했으 나 다시 서로 ‘할 말’을 나눴다.

 ▶손 대표=국민의 소리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들어 달라. 곧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통령은 중립을 지켜 달라. 거대여당의 힘이 더는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 정치도 선거를 앞두고 너무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야가 너무 표 계산을 하면 나라가 흔들린다. 우리 국회가 성숙된 모습을 보여 주면 좋겠다.

 손 대표가 의제 외에 남북 관계 등을 거론하자 이 대통령이 “남북 문제를 얘기하려면 따로 하자. 나도 할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글=채병건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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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7대)

1941년

[現] 민주당 국회의원(제18대)
[現]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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