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일본식 장기불황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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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가 이달 말로 끝난다. “미 경제가 금단 증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최근 전망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달러 공급이 급격히 줄어서다.

 미 경제는 2차 양적완화 동안 매달 1000억 달러씩 공급받았다. FRB가 시중 돈을 빨아들여 다시 내놓는 돈이 아니었다. 인쇄기를 돌려 새로 찍어낸 돈이었다. 23일 현재 FRB는 2차 양적완화의 최종분인 500억 달러를 풀고 있다. 20일 시작돼 이달 말까지 이뤄지는 미 재무부 채권 매입 작전이다.

 이달 말 이후엔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버냉키 달러 공급이 매달 120억~16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이는 FRB가 보유한 모기지 관련 채권이 중도나 만기에 상환돼 들어오는 달러를 다시 푸는 규모다.

 그런데 이런 달러 공급은 주택시장에 달려 있다. 미 주택거래가 활발하면 상환이 늘어나서다. 요즘 미 주택시장은 더블딥(일시적 회복 후 다시 침체) 상태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오히려 모기지 부실이 늘어나고 있다. 달러 풍요에 익숙한 미 경제가 금단증상을 겪을 만한 조건이다.

 메릴린치 채권 전문가인 랠프 액설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이 매달 1000억 달러씩 쓰다가 6분의 1 수준인 160억 달러만으로 살아야 한다면 심리적 충격이 크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버냉키는 미 경제가 금단 증상을 이겨낼지 지켜볼 요량이다. 그는 1차 양적완화(2008년 11월~2010년 3월) 동안에도 매달 1000억 달러씩 풀다가 7개월 동안 미 경제를 살펴봤다. 관망 동안 미 경제는 눈에 띄게 비틀거렸다. 적잖은 전문가가 이번엔 미 경제가 금단 증상을 이겨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더 침체해 통화 공급이 뚝 떨어지거나 유럽 재정위기가 더 악화하면 3차 양적완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계 중앙은행가들의 연찬회인 잭슨홀 콘퍼런스가 열리는 8월께면 3차 양적완화 실시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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