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내릴 수 있다] 연 1조 적립금 … 대학, 등록금서 전환 못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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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학생 등록금을 과도하게 대학 적립금으로 쌓아두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통과했다. 그간 등록금 수입의 상당액을 적립금으로 전환해 온 사립대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이는 본지의 ‘등록금 내릴 수 있다’ 기획 시리즈(6월 7~14일자)의 지적을 국회가 수용한 것으로, 법안은 내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국회 교과위는 이날 대학들의 비효율적인 적립금 전환을 방지하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법사위 심의를 거쳐 2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개정안은 적립금 한도를 당해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으로만 제한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은 지난해 등록금 수입에서 545억원을 적립금으로 전환했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건물 감가상각비 56억원만 적립할 수 있다. 나머지 489억원이 장학금 등 학생들을 위해 쓰이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사립대 100곳의 등록금 적립금이 811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290여 사립대(전문대 포함)에서 적립금 전환이 제한되는 돈은 연간 1조원대로 추산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기부금이나 정부 지원이 열악한 대학에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사립대총장협의회(회장 박철 한국외대 총장)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적립금을 쌓아두는 시대는 끝났다”며 “근본적으로 대학 스스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충남대 등 14개 국립대가 내년 예산을 삭감당하게 됐다. 교과부는 이날 “지난해 기성회회계에서 교직원 급여보조성 경비를 많이 올린 국립대 14곳의 내년도 예산을 1~3.5% 삭감하고 교원 배정에도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급여보조성 경비란 기성회회계에서 연구보조비 등의 명목으로 교직원들에게 지급된 사실상의 인건비다. 충북대는 내년 예산의 3.5%, 서울대는 2%, 전남대·충남대는 1.5%씩, 나머지 10개 대학은 1%씩 총 60억원이 깎인다. 이 돈은 상대적으로 급여보조성 경비를 적게 쓴 다른 대학에 인센티브로 지급된다. 그동안 국립대가 등록금의 80%를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인상해 교직원 인건비로 쓴다는 비판이 많았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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