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세대 시사평론가 정관용씨

중앙일보

입력

'386 시사평론가'라고 불러도 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대뜸 난색을 표한다. 나름대로는 세대적 동질성을 찾고 싶어서 그랬는데 몰개성화한 집단의식 속에 자신을 가두는 게 영 싫다는 눈치였다.

그래도 그는 세속적 기준치로 치면 엄연히 '386세대'다. 서울대 사회학과 81학번, 동대학원서 정치학 전공. 험악했던 1980년대를 살면서 적당히 현실참여도 했고, 제법 때 묻은 사회인이 된 지금도 그 때의 싱싱했던 의식을 간직하며 살려는 사람. 그는 흔히 말하는 '386세대'의 이같은 특징적 변경 안에 있다.

시사평론가 정관용(38). 아직 '스타'는 아니지만, 절차탁마로 대기만성을 꿈꾸는 시사평론계의 복병이다. 80년대말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서 정치시평을 하면서 방송에 입문한 정씨는 YS시절 청와대 사회담당 행정관 등을 거치면서 학문과 현실정치를 접목하는 데 힘썼다. 그러나 그는 정치판 보다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시각을 전달하는 시사평론가의 길을 가고 싶어 매스미디어로 눈길을 돌렸다.

"정치도 바뀌어야 하지만 방송도 변해야 합니다. 쟁점에 대해 깊이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파워를 키워야죠. 방송의 영향력을 통해 사회전체에 기여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 시사평론가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

그가 지금까지 거친 프로그램은 KBS1 〈민원25시〉를 비롯해 KBS위성TV 〈세계의 헤드라인〉, CBS 〈라디오저널〉, SBS 라디오 〈뉴스대행진〉 등. 지명도 있는 선배들에 비해 '한직'에서 일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오래하면 된다"며 담담하게 말한다.

현재 정씨의 고정프로는 EBS라디오 〈EBS정보광장〉(월∼토) MC와 KBS2 〈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 패널. 차분한 목소리와 갈끔한 방송 매너로 차근차근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미국 CBS 앤디 루니라는 시사평론가를 존경합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의 짧막한 코멘트 하나가 핵심을 찌릅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포맷의 개발과 식견을 통해 늘 신선한 이미지를 갖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정치판 진출? 그의 답은 "아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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