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홈런킹' 이승엽 '연봉킹'…연봉 3억에 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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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 자격을 얻지 못해 한때 재수까지 고려하는 등 아픔을 겪었던 이승엽. 길이 34인치 방망이 하나에 의지해 좌절을 딛고 일어선 그가 5년만에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됐다.

'라이언 킹' 이승엽(24.삼성)이 국내 프로스포츠계 최초로 연봉 3억원을 받는다.

이승엽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전지훈련장에서 구단이 제시한 연봉 3억원에 사인했다.

이승엽의 연봉 3억원은 국내 프로야구 최고액이며 프로축구 최고인 김도훈(2억7천만원)과 프로농구의 서장훈.이상민(2억2천만원)을 뛰어넘는 프로스포츠 최고연봉이다.

1995년 열여덟의 나이로 사자우리에 뛰어든 '새끼사자' 이승엽의 당시 연봉은 2천만원. 당시 이승엽은 "반드시 투수로 성공해 나의 왼팔로 왼손타자가 많은 LG를 반드시 꺾겠다" 고 입단 소감을 밝혔었다.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온순한 얼굴과는 딴판으로 강한 승부욕이 드러난 한마디였다.

이승엽은 이후 전지훈련지에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 국내최고의 홈런타자로 성장했다. 연봉도 그의 성적과 보조를 맞췄다.

'혼이 담긴 노력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는 좌우명 아래 이승엽은 '새끼사자' 에서 '라이언킹' 으로 변해갔다.

99년 1억1천만원을 받은 이승엽은 시즌 54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이승엽 신드롬' 을 불러일으켰다.

그 대가로 데뷔6년차에 3억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연봉을 받아냈다.

이제부터 새로운 연봉역사가 그에 의해 기록된다. 지금까지는 선배.다른 선수들의 뒤에서 출발했다면 이제부터 맨 앞에서 뛰게 된 것이다.

이승엽은 "선수협과 관련된 국내 프로야구의 분위기를 생각해 연봉문제로 왈가왈부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며 "구단에서 최고 대우를 약속한데다 3억원이 갖는 상징적 의미도 있어 미련없이 계약했다" 고 말했다.

프로야구 최고연봉을 놓고 정민태(현대)와 자존심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이승엽이 먼저 계약함에 따라 앞으로 현대와 정민태의 연봉 줄다리기가 볼 만해졌다.

현대 강명구 사장은 지난해 정민태의 일본 진출이 좌절되면서 "이승엽보다 연봉을 많이 주겠다" 고 밝힌 바 있으며, 23일 김용휘 단장이 플로리다 전지훈련지로 출발, 수일내로 협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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