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제 틀려도 2등급으로 추락” … 깊어지는 수험생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2012학년도 EBS 대학 입시정보 설명회’가 지난 18일 서울 군자동 세종대에서 열렸다. 수험생과 학부모 1600여 명이 참석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올해 수능(11월 10일)을 앞두고 치러진 첫 공식 모의평가에서 영역별 만점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변별력이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비상이 걸렸다. 자연계열 수험생이 보는 수리 가형은 1등급 비율이 8%를 넘었다. 지난해 수능까지 영역별 1등급은 표준점수 기준으로 상위 4%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 모의수능에선 1등급자 비율이 두 배에 달한 것이다. 이에 비해 영역별 2등급자 비율은 통상 기준인 7%보다 낮았다. 기존에 2등급을 받던 수험생들이 이번에 1등급으로 올라선 것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성태제 원장은 “수능은 상위권 학생을 가려내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라면서도 “최상위권을 변별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점차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9월 모의수능과 11월 본 수능에서는 9등급이 정상적으로 분포하도록 난이도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난이도 조절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물수능’ ‘불수능’을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박수진 서울외고 진학지도부장은 “본 수능도 이렇게 쉬우면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라며 “난이도 때문에 수험생들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8월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에 상위권 수험생들이 크게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에서 한두 문제 실수하면 정시모집에선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다고 걱정하는 수험생들이 몰려 수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언·수·외 최저학력 기준을 1·2등급 이상으로 정한 상위권대 ‘우선선발’ 전형에서 접전이 예상된다. 올해부터는 수시모집 정원을 대기 합격자로 충원할 수 있어 수시 비중이 커졌다.



 쉬운 수능이 현실화될 조짐이자 교육과학기술부가 맞추기 어려운 시험 난이도를 퍼센티지(만점자 1%)까지 정해 발표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올 2월 “EBS와의 연계 70%를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영역별 응시자의 1%라는 목표를 제시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정부에 자료를 요청했더니 수능 난이도를 사전에 조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자료도 없더라”며 “이런데도 ‘만점자 1%’ 수준으로 내겠다고 하면 결과에 책임질 사람은 없고 수험생만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EBS 교재를 베끼듯 연계해 쉽게 낸 수능이 학생들의 실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수련·김민상 기자

◆수능등급=최상위부터 최하위까지 비율에 따라 9개 등급으로 나눈다. 표준점수 상위 4%는 1등급, 상위 11%는 2등급, 상위 23%는 3등급, 상위 40%까지는 4등급 등으로 계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