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분석] 땅콩집이 탈이 많다고? 진짜 땅콩만할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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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셋값으로 한 달 안에 마당 딸린 내 집을 가질 수 있는 ‘땅콩집’이 온라인 중앙일보에 소개된 이후 각종 매체에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집 없는 4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TV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우승 상품으로까지 나왔다.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1000여 팀이 참가신청을 했을 정도로 인기다.

단독주택은 비싸고 춥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며 “소음문제도 심각하고 집이 콩알만 해 생활하기 불편하다”고 지적한다. 단독주택 전문업체인 홈포인트 코리아 유혁민 이사는 “땅콩집은 절대로 대중화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광장건축 공동대표 이현욱 소장은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①소음문제는 어떨까.

이씨는 “완벽히 해결했다”며 “양쪽으로 두께 14㎝ 벽 2개를 두고 가운데 5㎝를 비웠다. 큰 소리로 영화를 틀어도 옆 집에서는 안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는 “소음은 그렇다쳐도 진동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두 집이 붙어 있기 때문에 단독주택과 비교해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②한 필지 두 집이면 팔거나 대출받을 때 어렵지 않을까.

유씨는 “한쪽 집만 팔 때는 소유권이 아니라 집의 반쪽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라 복잡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정상적인 단독주택도 대출금이 많지 않다”며 “땅콩집은 반쪽짜리 집이기 때문에 아예 대출이 안 되거나 되더라도 소액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이씨는 “필지는 하나지만 등기는 2가구라 은행에서 감정평가 받을 때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광장건축 박찬익 이사는 “필지 지분을 반으로 임시분할하면 부분소유에 따른 공유관계가 되기 때문에 소유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도 땅을 공동으로 소유한다.

③집이 ‘콩만 해’ 생활하기 불편할까.

유씨는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에 사는 것보다 답답하다”며 “애들이 자라면 더 좁게 느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씨는 “아파트보다 공간 활용도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4평형대 아파트에서 살 때 TV를 보면 아내가 아이들이 공부하니깐 보지 말라고 쫓아냈지만 땅콩집에서는 걱정이 없다”며 “1층이 거실이고 아이들 방이 2층이므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씨는 “좁은 공간에서 설계만으로 공간활용도를 좋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④가족이나 지인끼리만 입주해야 하나.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땅콩집은 가족이나 친척 친한 지인끼리 짓는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쪽이나 양쪽 모두 팔 경우 입주 수요가 제한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동산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개인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고 파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광장건축 박 이사는 “땅콩집은 부동산이 아니라 거주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기 때문에 수요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⑤확실히 가격 장점이 있을까.

유씨는 “보통 서민들이 전 재산을 걸고 집을 짓는 경우가 많은 만큼 무조건 장점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3억~4억 정도 든다고 하는데 그 돈이면 택지지구에 새로 분양하는 좋은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시공비가 저렴할 뿐 아니라 관리비가 적게 들고 시공기간이 짧은 점 등도 장점”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땅콩집이 저렴하다고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땅콩집은 주택 1필지에 같은 건물을 붙여 2가구가 살 수 있도록 지은 소규모 주택을 말한다. 외국에서는 ‘듀플렉스(Duplex)’라 불린다.

심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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