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현대 투수왕국 재건 조짐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현대유니콘스가 투수왕국을 재건할 조짐이다.

현대는 지난 98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선발투수 5명 전원이 10승 이상을 챙기며 막강 투수진을 뽐냈으나 지난해 정민태를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의 부진으로 팀성적이 곤두박질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2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시진 투수코치는 연일 환한 미소를 띠고 있다.

부동의 에이스 정민태(30)가 주무기인 빠른 직구에 커브, 슬라이더에 이어 포크볼에 가까운 싱커를 새로 개발해 더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데다 김수경(21),정명원(34) 등이 확실한 신뢰를 얻었다.

LG에서 옮겨온 임선동(27)과 2년차 사이드암 박장희(24), 신인 마일영(19) 등 3명이 제4선발
투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3명 가운데 1명이 제4선발로 낙점되더라도 나머지 2명은 제5선발투수 자리를 놓고 또 다시 경쟁을 해야 하는데다 전준호(25)의 실력이 크게 좋아져 선발투수감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김시진코치는 "아직 속단할 수는 없으나 5명의 선발투수를 고를 자원은 풍부하다"면서 "다만 다들 페이스가 엇비슷해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조웅천의 부진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중간계투진도 올해는 숨통이 틔였다.

선발투수진에서 탈락하는 투수들과 함께 조웅천이 되살아났고 왼손 김홍집이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선다면 선발이 잡아준 리드를 확실하게 지킨다는 확신이 선다.

지난해 김수경을 내세웠다가 실패한 마무리 자리도 위재영(28)을 낙점, 든든해졌다. 선발투수로만 뛰던 위재영은 몸이 빨리 풀리는데다 제구력이 좋아 마무리로는 적격이라는 것이 코칭 스태프의 판단이고 본인도 선선히 승락, 스프링캠프에서 마무리에 걸맞는 체력과 뱃심 기르기에 여념이 없다.

평소 말수가 적은 김재박감독도 "투수들에 대한 고민은 많이 덜은 편"이라며 "다른 팀과 비교해 투수진이 모자란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브래든턴<미국 플로리다주>=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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