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수 공공기관장에 ‘정치인 낙하산’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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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지난 주말 100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발표했다. 그런데 우수 기관장으로 꼽힌 인사 중 ‘정치인 낙하산’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민간기업 출신이거나 내부에서 발탁한 인사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기업 현장의 경험도,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부족한 상태로 기관을 운영하면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미흡’과 ‘아주 미흡’의 평가를 받은 기관장 11명 중 7명이 인맥 중심의 ‘낙하산’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모든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나 출자, 또는 재정지원으로 운영된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효율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낙하산’ 행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논공행상을 위한 전리품쯤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그렇게 취임한 기관장도 그 자리를 차기 정치행보를 위한 징검다리쯤으로 여기는 게 실상(實狀)이다.

 올 들어 교체된 공공기관장 41명 중 21명도 정치권이나 전직 관료 출신이다. 공개채용 모양새는 갖췄지만, 사실상 보은(報恩)이거나 전관예우가 아니겠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대대적으로 ‘물갈이’한 공공기관 수뇌부 임기가 줄줄이 끝난다. 연말까지 117개 공공기관에 ‘자리’가 쏟아진다. 이에 벌써부터 정치권 인사들의 청탁행렬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견제와 눈치싸움으로 잡음이 터져나온다.

 그러잖아도 ‘전관예우’와 ‘공정사회’가 사회적 화두(話頭)다. 구조적인 특혜와 불공정이 그만큼 팽배하고, 시민 분노가 폭발 직전이란 방증이다. 따라서 정부는 공공기관장이나 감사 임명에 전문성과 윤리성을 최우선 잣대로 삼아야 한다.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거나, 정권 말기 인력 운용의 ‘당근’쯤으로 여기면 곤란하다. 국민적 거부감으로 오히려 임기 말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 차제에 ‘낙하산’을 접고 능력 본위 인사의 기틀을 세우기 바란다. 그것이 국가를 위하고 ‘레임 덕’ 논란도 잠재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