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밀려온다…한인 봉제업계 모처럼 '신바람'

미주중앙

입력

업계 호황 돌입했나
연초 고전에 폐업.이직 증가 탓…일부에선 '쏠림 현상' 지적도

LA 한인 봉제업계가 모처럼 신났다.

지난 해 같으면 슬슬 일감이 떨어질 시기지만 올해는 밀려드는 일감에 일손 부족을 호소하는 업체들도 있다. 납품 일자를 맞추기 위해 연장 근무는 물론 휴일에도 일을 하는 업체들이 있을 정도다.

봉제업계는 보통 2월부터 5월 말~6월 초가 되면 휴지기를 맞는다. 의류 도매상들의 봄 여름 옷 주문이 다 끊기는 시점인 탓이다. 그렇게 한 두 달 여 쉬엄쉬엄 넘어가다 가을 겨울 옷 주문이 시작되는 8월 말이나 돼야 다시 재봉틀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특수를 맞고 있다. '중국 요인'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노동자 임금을 정책적으로 크게 올리면서 의류상들이 하청라인을 자바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봉제협회 김성기 회장은 "중국 내 임금이 최대 40%까지 오르는 바람에 중국 생산의 장점이 많이 사라졌다"며 "아마도 그런 물량이 자바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인 의류상들은 중국쪽 생산라인 유지에 힘겨워 하고 있다. 큰 폭으로 오른 임금 부담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원단을 한국 등지에서 사다가 봉제까지 마친 후 미국으로 수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너무 길다. 많은 물량이 아니라면 굳이 중국까지 가서 물건을 만들어 올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최근에는 임금이 중국보다 싼 인도네이시아나 베트남 등에서도 일부 생산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력이나 인프라가 중국에 비해 열세인 상황이다.

최근 미국의 통관절차가 까다로워 진 것도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D&R'이란 공장을 운영중인 봉제협회 이희복 이사장은 "중국에서 오는 물건에 대해 전과 달리 통관이 강화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보통은 샘플 조사를 하지만 컨테이너로 들어 온 중국 물건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해 수입상들이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한 두 번 당해 본 의류상들이 차라리 조금 더 돈이 들더라도 한인 봉제공장에 하청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문량 자체가 늘었다기 보다 일손부족이나 폐업 업소 증가에 따른 '쏠림 현상'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옷 장식을 전문으로 하는 '조이 트림'의 잔 이 사장은 "연 초에 봉제업계가 매우 고전을 했고 그 때 노동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이 대거 다른 업종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직으로 일단 자리를 잡은 후에는 봉제공으로 돌아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구나 봉제업은 일정 기간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일이 많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그 자리를 채울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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