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과거 적국 러시아에 군함 2척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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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러시아가 프랑스로부터 미스트랄급 상륙함(사진) 2척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주요 군사무기가 러시아에 넘겨지는 첫 사례다.

 러시아 군수회사 로소보로넥스포르트와 프랑스 군함 제작업체 DCNS는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연례 경제포럼 행사에서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서명식에 참석했다. 피에르 렐루슈 프랑스 산업담당 국무장관은 2척의 총 계약 규모가 11억2000만 유로(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계약 추진은 지난해 12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와 군함 매매에 합의했다고 밝히며 공개됐다. 이후 세부협상을 통해 프랑스가 민감한 기술들을 전수하는 데 동의해 최종 계약에 이르렀다.

 수륙양용 공격이 가능한 미스트랄급 상륙함은 16대의 헬기와 4척의 상륙작전용 차량, 13대의 전차, 100대의 차량과 450명의 무장병력을 수천 마일 수송할 수 있다. 완벽한 지휘 사령부와 69개의 병상을 갖춘 병원시설도 있다. 2008년 그루지야와 5일간의 전쟁을 치르면서 군 현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러시아는 헬기 등을 수송할 수 있는 2만1300t 규모의 군함 구매를 추진해 왔다.

 냉전 시대 옛 소련에 대항했던 나토 국가가 러시아에 군함과 같은 주요 무기를 판매한 사례는 아직 없었다. 나토는 러시아와 나토 동맹국들이 충돌할 경우 이 군함들이 자신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해 왔다. 미국도 군함 판매가 동유럽과 중부유럽의 미 동맹국들에 우려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군사력에 위협을 느끼는 리투아니아 등 러시아 주변국들도 군함 매매와 관련해 프랑스 측의 명확한 입장과 군함의 공격 능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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