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 주민 귀순과 대북정보 공유 시스템의 난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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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주민들이 남하해 귀순 의사를 밝힌 지 닷새가 지나도록 대북정책의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며칠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답변에서 11일 북한 주민 9명이 귀순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오늘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청와대·국방부·통일부·국정원 등 대북정보 관련 부처 간 정보 공유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도 단단히 뚫렸다. 과연 이런 상태로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고, 대북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집행해 나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통일부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의 망명 동기와 배경 등을 조사하는 합동신문조에서 빠져 있어 국방부나 국정원, 경찰 쪽에서 먼저 알려주지 않는 한 알 수 없게 돼 있다고 한다. 합동신문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귀순자 발생 사실을 모르는 변명이 될 수는 없다. 북한 주민의 귀순은 남북한의 중대한 문제인 만큼 어떤 경우에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송환 요청이나 관련 협상 등 통일부 차원의 후속 조치와 대응이 가능하다.

 만약 통일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대북 정책의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대북정보 라인에서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귀순자가 넘어오면 즉시 1보가 청와대에 보고되는 동시에 통일부와도 정보가 공유되도록 했어야 한다.

 대북정보 공유 시스템의 난맥상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와 국정원이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했더라면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북정보를 둘러싸고 부처 간 이기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대북정보의 수집과 공유, 정확한 분석은 국가의 안위(安危)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부처 간 칸막이 탓에 귀순자 발생 사실조차 공유되지 않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대북 정책은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을 벌일 정도로 한가한 사안이 아니다. 정보 공유에 문제가 드러난 만큼 당장 잘못을 바로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