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도난 국내 첫 발생

중앙일보

입력

한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인터넷 도메인이 해커에 의해 도난당한 사건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인터넷 도메인 등록.관리기업인 미국 NSI의 한국측 제휴회사인 인터넷플라자시티는 20일 "박모(32·여) 씨의 인터넷 도메인 www.pr***.com과 고모(29) 씨의 wmp3.com이 등록 정보와 소유자 명의가 바뀌어 해외로 팔린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고 밝혔다.

NSI측은 박씨와 고씨의 신고에 따라 조사한 결과 두 사람의 도메인은 시가 3천만원 이상을 호가하며, 현재 인도인과 미국인이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도메인의 재산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e-메일 주소 등 도메인의 일부 정보가 해킹당하는 사건은 몇차례 있었으나 도메인 전부가 탈취당하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박·고씨는 지난해말 인터넷 벤처기업을 창업하기 위해 2년 동안 독점소유권을 갖는 조건으로 각각 70달러를 내고 NSI에 도메인을 등록했다. 도메인 탈취범들은 도메인 원소유자의 e-메일 비밀번호 등 등록정보를 알아낸 뒤 소유자의 인적사항을 위조, 자신의 명의로 변경해 제3자에게 팔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도메인 등록 당시 NSI측으로부터 전송된 e-메일과 송장 등을 보관하지 않아 도메인을 등록했다는 입증자료가 없어 소유권 되찾기를 포기했으며, 고씨는 NSI측과 소유권 반환 소송을 협의 중이다.

인터넷플라자시티 유완상 사장은 "닷 컴(.com)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도메인의 국내 보유 수는 50여만개로 추산된다"며 "이 가운데 60% 이상이 웹사이트를 운영하지 않고 있어 미국 등지에서 도메인을 훔치는 해킹이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도메인(.kr) 의 등록기관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는 아직까지 도메인과 관련된 해킹·도난 사건이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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