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간판 유지하려, 돈으로 신입생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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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경영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최악의 경우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는 대학이 전국에 1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제 일반대 5곳과 전문대(2~3년제) 8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대학선진화위원회가 2009년 말 가려낸 부실 대학 명단과 실태가 밝혀진 것은 국내 대학 사상 처음이다.

 본지 취재팀이 이날 단독 입수한 ‘경영 부실 대학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교과부 지정 경영 부실 대학은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이 4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3곳, 광주·전남과 제주 등이 각각 2곳이었다.

 선정 당시 이들 대학은 수입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등록금 의존율 평균 88%)하고 있었고, 정원 대비 재학생 충원율이 59.7%에 그쳤다. 이 때문에 부실 대학 중 일부는 입학생 숫자를 허위로 늘리고, 자퇴생이나 교직원까지 신입생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4년제 A대는 2008년 172명을 각종 장학생 명목으로 허위 입학시킨 뒤 실제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수강신청과 성적 처리를 한 뒤 제적시키는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일반대는 외부에서 빌린 돈이 81억원에 달하고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했는데도 신입생 유치를 위해 2008년 신입생의 99%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는 국고보조금으로 이들 13개 대에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126억600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실 대학에 세금이 가는 것을 막아야 하며, 부실 대학 퇴출을 위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부실 대학 13곳의 이름을 공개할 경우 이들 대학이 회생하는 데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특별취재팀=강홍준(팀장)·김성탁·박수련·윤석만·강신후·김민상 기자

◆경영 부실 대학=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대학선진화위원회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13개 대학을 선정했다. 교육여건과 재무상태를 평가해 가려냈다. 교과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부실 대학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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