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옷걸이 문화'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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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기온 영하 11.5도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피아노 독주회에 참석한 정주은(23) 씨는 공연 내내 사그락 사그락 거리는 정체불명의 소음 때문에 감상 분위기를 망쳐 버렸다.

알고보니 한 관객이 입고 온 코트에서 나는 소리였다. 요즘 유행하는 메탈 빛깔의 패딩 코트여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났던 것. 겨울철 음악공연의 불청객은 관객들이 입고 있는 코트가 빚어내는 소음이다.

핸드폰이나 악장 사이의 박수, 헛기침 못지 않게 귀에 거슬린다. 더욱이 코트는 청중이 꽉 찼을 때는 공연장의 잔향 시간을 줄이는 역효과도 가져온다.

부피가 커서 비좁은 좌석에 들고 앉아 있기도 불편하다. 코드보다는 덜 하지만 장갑.목도리.모자도 난방이 잘 돼 있는 실내에서는 거추장스런 존재다. 바스락거리는 비닐 가방이나 우산도 공연장의 불청객이다.

외국 공연장에서는 외투를 맡기는 물품보관소(cloakroom) 가 보편화돼 있다. 외투를 입고 입장하는 관객을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볼 정도다.

하지만 콘서트홀.리사이틀홀 합해서 3천석 규모인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물품보관함은 고작 30칸 뿐이다. 그나마 객석에 들고 들어갈 수 없는 꽃다발.카메라 등을 보관해 줄 뿐이다.

옷걸이는 20벌 정도밖에 소화할 수 없다. 애초에는 현재 레코드숍이 들어서 있는 로비공간이 물품보관소로 설계되었으나 관객의 이용도가 낮자 대폭 줄인 탓이다.

다행히 오는 3월 개관 예정인 LG아트센터(1천1백8석) 에는 5백명의 코트와 가방을 걸 수 있는 물품보관소가 들어선다. 2명당 1개꼴이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 정재옥 대표는 "정숙한 공연장 분위기를 위해서 번거롭더라도 외투를 벗어두고 입장하는 '옷걸이 문화' 의 정착이 시급하다" 고 말'며 "공연 티켓에 '코트.모자.목도리.가방은 물품보관소에 맡겨 주십시오' 라는 안내문을 새길 것" 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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