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연애코치로 나선 방자…몽룡으로부터 ‘형님’ 소리를 듣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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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방자왈왈
박상률 지음, 사계절
224쪽, 9000원

춘향전의 이본(異本)이야 얼마나 많이 쏟아졌는가. 박상률 작가는 거기에 한 권을 더 보태 방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청소년용 장편을 내놨다.

영화 ‘방자전’도 나온 마당에 또 방자 이야기냐고? 영화와는 비교 불가다. 작가의 입담과 상상력이 만만치 않다.

 자칭 “왕꽃띠 씹팔 세”인 방자는 두 살 아래인 몽룡에게 “형님” 소리를 이끌어내며 연애 코치에 나선다. 방자도 춘향에게 연심을 품은 바 있건만,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쿨하게 포기한 것이다. 그네 탄 춘향, 달려오는 방자 보며 하는 말. “저것도 불알 달린 사내는 사내라서 내외는 쪼깐 해야 쓰겄지?” 어차피 천출인 방자와 춘향·향단이 어릴 적 친구라는 설정이다. 게다가 남원 사는 춘향도 사투리를 써야 정석 아닌가.

 아무튼 아버지 몰래 춘향 집 드나들던 몽룡이 어느 날 덜컥 한양으로 올라가는 줄거리야 원본과 같다. 신관 사또 변학도의 수청 요구도 마찬가지. 변학도 아들놈인 수룡마저 옥중 춘향을 찾아와 집적댄다. 정의로운 방자는 지분거리는 수룡의 턱에 주먹을 날리고, 변학도는 맞주먹질에 곤장질로 앙갚음 한다.

 그 와중에 거지 꼴로 나타난 몽룡. 방자가 아무리 몽룡의 품을 뒤져봐도 마패는 보이지 않으니 낭패다. 하긴, 한창 과거 공부할 나이에 연애 하느라 바빴으니 금의환향이 웬말인가. 그렇다고 “씹”대엔 공부하라는 교훈을 전하는 건 아니니, 그건 결론을 보면 알 것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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