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대 교수 "휴대전화가 암 발생? 집단적 히스테리만 조장할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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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장시간 사용하면 정말 암 발생 위험이 커질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난달 31일 휴대전화의 암 발생 위험성을 경고했다. 휴대전화를 장시간 사용할 때 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이 뇌종양 신경교종의 위험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WHO는 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장시간’을 1650시간 이상 사용했을 때로 규정했다.

이에 미국 뉴욕대 마크 시겔 랑곤 의학센터 교수는 USA투데이 칼럼을 통해 “WHO의 발표는 암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고 불안감을 증대시킨다”고 일축했다. 그는 “WHO가 휴대전화 전자파가 발암 물질을 만든다고 했지만 그것은 차 배기가스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과 같은 정도일 뿐”이라며 “레드와인이 몸에 나쁠까? 생선이 몸에 좋을까? 휴대전화가 어떨지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

그는 “현재까지 수십 건 이상의 연구가 진행됐지만 휴대전화와 뇌종양의 확실한 상관관계를 밝혀낸 연구는 없었다”며 "일부에서 휴대전화 전자파와 암의 유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라 신빙성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마크 박사는 “지난 한 주동안 환자들에게 휴대폰을 하루에 얼마나 이용해야 하는지, 다시 유선 전화를 이용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며 “이는 2005년 조류독감이나 2009년 신종플루 때처럼 집단적 히스테리를 조장한다”고 말했다. 다만 “휴대전화 전자파 조사를 특정 집단(암 환자)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무작위 집단을 대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봐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WHO의 발표 이후,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머리에만 적용되는 휴대전화 전자파의 인체보호 기준(전자파 흡수율ㆍSAR)을 몸통ㆍ팔ㆍ다리 등으로 확대하고 기기 역시 태블릿PC 등으로 규제 범위를 넓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우혁 방통위 전파기반팀장은 "이번 조치가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나온 연구결과는 없다”며 “국내 기준이 미국ㆍ캐나다 등의 기준에 대비해 미흡하다고 생각돼 적용 신체와 기기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WHO의 발표가 휴대전화와 뇌종양 발생의 과학적 연관성이 규명돼 나온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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