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이보다 젊고 생각 열려있다” 한국 중년 남성 81% 긍정적 착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대한민국의 중년 남성 대부분은 자신이 동년배들보다 어려보인다고 생각하는 반면 ‘중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인간발달학회(회장 곽금주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4일 서울대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서울·경기 지역 만 35~60세 직장인 852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는 ‘자신이 실제 연령보다 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들에 비해 외모가 더 어려보인다’는 대답도 77.7%나 됐다. 또 응답자들은 자신의 사고가 젊고 열려 있으며(75%) 옷을 고를 때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옷을 선호한다(74.3%)고 말했다. 스스로를 ‘꽃중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은 30대나 사회활동이 왕성한 60대의 경우 생물학적 나이에 상관없이 스스로를 중년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설문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중년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중년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50.3%)은 ‘위기’ ‘서글픔’ ‘내리막’ ‘무기력’ 등 부정적인 단어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반면 ‘중후함’ ‘성숙’ 등 긍정적인 단어에 비유한 사람은 23.2%에 불과했다. 또 이들이 하고 싶은 일 1위는 ‘혼자 여행 가기’ ‘운동’ 등 개인적 여가(51.9%)였지만 해야 할 일로는 ‘내 집 마련’ 등 경제적 안정(42.8%)과 ‘성공’ 등 자아실현(18.5%)을 꼽아 현실과 이상 사이의 큰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중년 남성들이 나이보다 젊게 산다고 생각하면서도 중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이들이 일종의 ‘긍정적 착각’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곽금주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중년의 덫’ ‘고개 숙인 중년’ 등 부정적인 용어를 많이 써왔지만 당사자들은 오히려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젊게 사는 생동감 있는 세대”라고 말했다.

중년 남성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나는 실제 나이보다 젊다 81%
나는 같은 연령대 사람들에 비해 젊어 보인다 77.7%
나는 생각이 젊고 열려 있다 75%
옷을 고를 때 더 젊어 보이는 것을 선택한다 74.3%

출처 : 한국인간발달학회 연구팀
대상 : 서울·경기지역 35~60세 직장인 852명

이한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