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록 그룹 헤이바오, 역사적 TV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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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관영 TV방송인 CCTV에 처음으로 록그룹이 등장했다. 춘절(春節.설)연휴 기간이던 6일 오후 7시30분. CCTV의 제3채널이 황금시간대에 방영하는 '인화스상(音畵時尙)' 프로그램에 인기 록그룹 헤이바오(黑豹)가 출연한 것이다.

머리카락을 가슴이나 배까지 치렁치렁 늘어뜨린 다섯명의 남자들이 열정적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일본 NHK 취재단은 '역사적인' 이 순간을 취재하려고 베이징에 몰려왔다.

"록그룹이 TV에 등장하기는 중국 유사 이래 처음입니다." 헤이바오의 매니저 선융거(沈永革)는 들뜬 목소리로 몇번씩이나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록음악 공연과 음반판매를 오래 전부터 허용했다. 그러나 TV출연은 철저히 금지해왔다. 록음악에는 반역과 저항의 냄새가 가득차 있어 TV엔 등장시킬 수 없다는 이유였다. 중국 당국의 반감이 오죽했으면 요동치다는 뜻의 '록'을 중국말로 의역한 야오군(搖滾)이란 어휘도 제대로 쓰지 못해 언론이나 록음악인들은 대신 신음악(新音樂)이란 말을 써왔다.

중국의 록음악은 1985년 조선족 가수 최건(崔健)이 발표한 '일무소유(一無所有.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를 효시로 싹트기 시작했다. 지금은 헤이바오를 위시해 탕차오(唐朝), 여성 5인조인 코브라(眼鏡蛇), 서터우(舌頭), NO 등 록그룹만 수십개에 이른다.

87년 결성된 헤이바오는 첫 앨범을 3백만장이나 팔았으며 96년 칭다오(靑島)공연 때는 11만 관중을 모으기도 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록음악에 묶였던 쇠사슬까지 풀어주었다. 다음 차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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