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코스닥 거래대금 역전 이틀째] 거래소 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 오후 증권거래소 사내 전자게시판에는 '오늘은 소치일(所恥日) ' 이라는 메모가 떴다.

코스닥의 주식거래대금이 거래소를 앞지른데 대한 직원들의 자괴감과 분발을 독려하는 글이었다.

메모는 ▶법으로 보호되는 유일한 증권거래소라는 자만감▶감히 코스닥이 거래소를 넘보느냐는 우월감▶변화의 물결을 따라가지 못한 점 등이 오늘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또 코스닥 시장의 중소기업에만 국한된 법인세 유예혜택 등 정부의 차별적 조세정책에 대한 비난과 함께 경영진의 각성을 촉구하고 원점에서 다시 뛰자는 결의도 담겨 있다.

그동안 코스닥을 '닭' 이라고 평하며 애써 외면했던 거래소 직원들 입장에서 이날의 거래대금 역전은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증권거래소 남영태 전무는 "상장제도 등을 고쳐 진입장벽을 낮출 방침" 이라며 "앞으로는 거래소시장의 특성을 살려 코스닥과 차별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8일에 이어 9일에도 코스닥의 거래대금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홍보실 관계자는 "거래대금 역전 현상이 고착화돼가는 느낌" 이라며 "벤처열풍이 지속되는 한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니냐" 고 힘없이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