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세계 최강의 아마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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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준결승 2국>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6보(53~62)=바둑이 순전히 기술만의 싸움이라면 별 재미가 없을 것이다. 구리 9단은 바둑이 유리해지면 꼭 사고를 치는 형인데 승부사로는 적합하지 않은 이 대목이 구리의 인간적 매력이기도 하다. 구리가 ‘세계 최강의 아마추어’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 붙인 것은 흔히 쓰는 타개의 맥. 구리는 여기서 52으로 가볍게 늘었는데 이 수도 없는 수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흑진은 거의 철통이어서 훨씬 강력하게 두어야 하고 백의 결사대에 반드시 타격을 입혀야 한다(사실 이 백이 순순히 빠져나가면 흑은 졸지에 집 부족에 걸릴 공산이 짙다. 따라서 ‘참고도1’ 흑1로 젖혀 잇고 동태를 살펴야 했다. 4로 머리를 내미는 것은 5의 절단. 그렇다고 안에서 살기도 어렵다).

 하나 구리는 성가시다는 듯 53으로 편하게 응수했다. 수를 열심히 안 보고 감각으로 두고 있다. 순간 김지석 7단의 54가 등장했다. 일견 무식해서 얼른 떠올리기 쉽지 않지만 빠른 삶을 추구할 때는 가장 실전적인 수. 이 수에 구리의 얼굴이 빨개졌다. 한 대 맞는 게 아프다고 ‘참고도2’처럼 대궐 짓고 살려줄 수는 없다. 이젠 57 끊는 수뿐이다. 그러나 어쨌든 58의 한 방이 눈물 나게 아프다. 61 잡았으나 62로 날아가자 바둑이 조금 이상해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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