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국립교향악단 해체 위기

중앙일보

입력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교향악단(ZANSO.잔소) 이 창단 75년만에 해산 위기에 처했다.

잔소는 운영을 맡아오던 공영방송인 남아방송국(SABC) 이 3년전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원을 중단하자 후원기업을 물색해왔으나 끝내 이를 찾는데 실패했다.

최근 경영난에 봉착한 한 탄광회사마저 지원금을 중단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된 것. 오케스트라는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되는 2000년 시즌의 오프닝 무대를 포기한 채 지휘자.독주자도 없이 요하네스버그에서 2회의 무료 '고별 콘서트' 를 여는 것으로 관객과 작별했다.

잔소의 해산은 백인들이 즐기는 서양음악보다 국민 대다수가 즐기는 흑인음악 진흥에 문화예산을 투자하겠다는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의 문화정책에서 기인한 바 크다.

지금까지 이 오케스트라의 청중은 백인들이었고 흑인 단원도 트럼본.첼로 파트의 두명 뿐이었다. 연간 예산은 1백50만파운드(약 30억원) 나 됐지만 매표 수입은 20만파운드(약 4억원) 에 불과했다.

남아공 문화과학부측은 국립교향악단을 해체하는 대신 대중 취향의 레퍼토리로 순회공연을 위주로 하는 국립오케스트라를 만들 계획.

하지만 오케스트라 총감독 돈 에자드는 "엘리트 기관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가난한 흑인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변신해왔다" 며 "흑인 마을에서 연주도 하고 흑인음악과 서양음악을 결합한 신작을 위촉해 초연하고 있다" 면서 정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남아공의 다른 3개 교향악단이 국립예술기금(NAC) 공연분과로부터 받고 있는 지원금도 점점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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