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통과한 반포1단지…썰렁한 이유는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박일한기자] “매물도 없고, 매수 문의도 거의 없고...”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인근 A공인의 한 중개업자는 거래동향을 묻는 기자에게 “달라진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변 B공인 관계자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간의 가격 차이가 너무 커 거래가 안된지 꽤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한 반포주공1단지는 조용했다. 불확실한 재건축 사업에서 안전진단 통과는 호재임에 분명한데 거래에 나서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분기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는 모두 9건 실거래됐다. 4월부터 이달까지는 단 3건만 거래된 것으로 현재까지 신고됐다. 지난해 1분기엔 23건이 실거래돼 그나마 좀 거래가 이뤄졌으나 4월부터 12월까지 25건밖에 매매가 이뤄지지 못했다. 3590가구의 대단지인 점은 염두에 두면 거래가 극도로 부진한 셈이다.

주변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시세는 공급면적 72㎡형이 12억원, 105㎡ 19억원, 138㎡ 21억~24억원, 204㎡ 25억~30억원 정도다. 하지만 집주인이 매물로 내놓은 호가 수준이 이 정도고 매수자들은 급매물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B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워낙 없어 호가가 무의미하다”며 “지금 매물로 나온 가격보다 10% 정도 낮은 급매물 움직임을 확인하는 문의만 간혹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억원 하는 105㎡형의 전세값이 4억원 정도인데, 아직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누가 15억원을 더 투자해 기다리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반포주공1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고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1~4주구(주거구역)으로 나뉘어 각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1,2,4주구며, 3주구는 2003년 안전진단을 받고 추진위까지 만들어졌다.

7년 전 안전진단 통과 3주구 사업 진척 없어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3주구는 하지만 7년간 사업이 거의 정체된 상태다. 여전히 조합 설립을 하지 못하고 있고, 상가 조합원과의 갈등으로 소송까지 당하면서 재건축추진위원장은 공석이다. 3주구 추진위 관계자는 “오는 7월 추진위원장을 선출한 후 사업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4주구는 당분간 추진위 설립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아파트는 대부분 105㎡ 이상 중대형으로 고령자 조합원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서울시가 요구하는 대로 25%의 기부채납을 하고, 공사기간 동안 이주를 하는 등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재건축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가진 조합원이 많다.

C공인 관계자는 “2개동이 204㎡형 인데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가구도 많아 재건축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다”며 “추진위 설립을 위해 필요한 조합원 동의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후에나 추진위 설립 가능할 듯

서울시가 이 지역의 종합 개발 계획인 반포유도정비구역 개발안을 내놓은 뒤에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선뜻 매수를 결정하기 어려운 점이다.

서울시는 올 12월까지 반포유도정비구역의 전체 사업 추진 밑그림을 마련한 후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이는 서초구청가 지난해 말 세운 계획과는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서초구청 김계성 주택팀장 “우리는 반포주공1단지를 12개 구역으로 나누고 기부채납 등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개발 계획을 세웠지만 서울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4~5개 구역으로 더 넓게 나누고, 주변 다른 아파트 단지와도 통합 개발하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어 어떤 모습이 될지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50층 이상 초고층을 짓는 대신 기부채납 비율을 25% 정도로 높이는 서울시의 기본입장은 변함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의 밑그림이 마련돼야 하므로 빨라도 내년 이후에나 반포주공1단지의 추진위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27일 오후 반포주공1단지 전경.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