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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도 다윗의 돌팔매에 쓰러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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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만복
호서대 자동차학과 교수

피스톤 링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유성의 파업으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홍역을 앓았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형태의 노사 갈등으로 인한 회사 경영의 폐해와 후유증을 목격해 왔지만 이번 사태는 앞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의해 바늘 하나에 빙산이 깨져 무너지는 전주곡 같은 불안감을 들게 한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동차 회사의 독점적 시장 점유율에 걸맞은 부품회사의 독점적 공급 점유율이다. 70%에 이르는 한 회사에 대한 공급 의존도는 한 마디로 위험천만한 부품 구매 정책이다. 부품공급의 일원화는 치명적으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 국내에서 이원화가 불가능하다면 해외 공급 업체와의 협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해외 공급업체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입품은 언젠가는 반드시 국산화해야 한다는 일반적 의식, 또 국산화의 성공을 실무 담당자의 능력과 실적으로 평가하는 자동차 회사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둘째, 감성과 소통 경영의 문제다. 작은 제품 하나로 괄목할 만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유성기업의 경쟁력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경쟁 없이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해 온 경영진이 노조원들의 요구 변화를 읽고 정기적인 노사대화를 하는 데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부심과 결코 부족하지 않은 급여를 받는 노조원들이, 힘든 야간작업과 시급제 같은 불리한 제도를 오랫동안 감수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간파하고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미리 이런 사태를 예방했어야 하지 않을까.

 셋째,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다. 현대자동차가 기아를 인수한 이후 품질 경영을 바탕으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 회사로 성장한 것은 나라와 국민의 큰 자랑이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재계 2위로 성장한 동력은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이 불황에 빠지면 그룹 전체가 불황에 빠지는 것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됨을 암시한다.

 80년대 항공회사 등을 의욕적으로 인수했던 다임러 벤츠가 결국 자동차 계열로 돌아온 것과 포드 자동차가 화이어스톤 리콜 배상 사건이라는 갑자기 날아온 돌에 치명타를 입어 휘청거린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변곡점의 시작이 중국 자동차 회사의 본격적인 해외 수출의 시작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만복 호서대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