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리·원화가치 더 올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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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1%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전망(3.2%)보다 0.9%포인트 올려 잡았다. 대신 올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4.2%를 유지했다. KDI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2011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가 예상한 올 물가 흐름은 상반기가 높고 하반기가 낮은 ‘상고하저’ 형태다. 1분기 4.5%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분기(4.3%)·3분기(4.3%)까지 고공행진을 하다 4분기(3.3%)에야 다소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4분기의 하락도 물가 상승 압력 자체가 꺾이는 것이라기보단 ‘기저효과’ 영향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물가가 빠르게 오른 결과 전년 대비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인다는 얘기다.

 이날 KDI는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농수산물 값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 오름세가 이미 서비스 부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기대도 높아지는 상황이라 자칫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 요구가 빗발치고 오른 임금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와 반대로 성장은 ‘상저하고’로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분기 4.2%에 이어 2분기 3.6%를 기록한 뒤 3분기와 4분기 각각 4.2%, 4.9%로 오르며 연간으로는 4.2%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물가 상승세가 오래 이어지면 경제에 큰 부담이다. 이를 막으려면 금리를 높이고 원화가치가 오르도록 놔둬야 한다고 KDI는 주문했다. KDI는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물가 상승 기대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리 정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가 보는 ‘정상 금리’ 수준은 4% 이상이다. 또 “금리 인상과 성장세 지속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은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므로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는 외환정책 기조가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정으로 국책연구기관인 KDI의 올 경제 전망치와 정부 전망치와의 거리는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말 정부가 예상한 올 경제성장률은 5% 내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수준이었다. 이는 한국은행(각각 4.5%, 3.9%), 국제통화기금(4.5%, 4.5%)의 전망치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어 다음 달 발표될 정부의 하반기 경제 운용 방향에서 조정이 예상된다.

조민근 기자

◆기저효과(Base Effect)=비교 시점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서 현재의 지표가 실제보다 왜곡돼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하나의 경제 지표가 발표되면 이는 전년 동기 또는 바로 직전 분기와 비교해 ‘개선됐다’ 혹은 ‘악화됐다’고 평가하게 되는데 그 비교 대상이 지나치게 부진했거나 좋았다면 비교 결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지거나 위축돼 보인다. 호황기를 기준시점으로 비교한다면 현재의 경제지표는 실제보다 더 위축되게 나타날 것이고 불황기를 기준으로 하면 실제보다 더욱 좋아 보이게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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