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임재범 인기 이용해 돈벌이…기막힌 ‘쩐의 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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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 -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임재범이 윤복희의 '여러분'을 열창했다. 본 경연을 앞둔 맛 보기 자리에서 잠시 선보인 것이었지만 그가 내뿜는 카리스마와 가창력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방송이 나간 날 저녁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엔 '임재범 여러분'이란 검색어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올랐다.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 등 커뮤니티엔 그가 열창하는 방송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가득했다. 그런데 '임재범 여러분'이란 제목의 동영상 중 이상한 영상들이 몇 개 있었다. SBS NeTV의 출처로 올라온 영상들이었다. 재생을 하니 엉뚱한 영상이 떴다.

먼저 광고가 나온다. 그리고 '(이 영상을 올린) nxxxxx님께 적립금이 쌓였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어지는 영상은 지난해 SBS 음악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에 출연한 임재범이 '너를 위해'를 부르는 모습이다.

이런 엉터리 영상이 돌아다니는 이유는 임재범의 인기를 이용해 일부 네티즌들이 돈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SBS NeTV는 네티즌이 SBS 방송 프로그램 중 원하는 구간의 장면만 무료로 편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편집된 영상은 네티즌의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다. 기가막힌 건 이 영상이 한번 재생될 때마다 SBS NeTV가 이용자에게 적립금 1원을 준다. 영상이 시작되기 전에 노출되는 광고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적립금은 SBS 사이트 내에서 유료 콘텐트를 결제할 때 사용할 수 있고, 10만점 이상이면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SBS는 광고플레이 수를 높여 돈을 벌 수 있고, 네티즌은 적립금을 올려 돈을 버는 '쩐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일부 네티즌들이 ‘낚시 영상’을 올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17일 SBS NeTV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려고 시작한 서비스인데 악용 사례가 늘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목과 내용이 다른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도록 공지사항을 띄웠다”며 “어기면 경고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직접 통화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영상을 올린 이용자가 삭제를 하지 않으면 사이트에서 임의로 삭제를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SBS NeTV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 서비스를 악용하는 이용자를 사이트 내에서 차단 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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