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골드뱅크 바스켓에 사랑 '한아름'

중앙일보

입력

25일 프로농구 삼보와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군산 월명체육관을 찾은 골드뱅크 팬들은 사랑이 만든 기적을 보았다. 구단과 선수.팬들의 정성이 모여 꺼져가던 작은 생명을 소생시킬 희망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뇌종양으로 생명이 위태롭던 김슬기(10.익산 북초등3)양의 작은 손에 쥐어진 하얀 봉투엔 사랑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슬기양에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봉투에 담긴 1천5백만원보다 더 큰 사랑과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초대된 슬기양의 손을 잡고 코트로 안내한 골드뱅크의 현주엽은 사랑으로 거듭나는 작은 생명의 떨림을 느꼈다.

지금 슬기양은 죽음의 문턱에 서있다. 병마가 슬기양을 덮친 것은 2년 전. 오른쪽 뇌에 생긴 종양은 날로 커져 슬기의 왼쪽 팔다리를 마비시켰다.

한번 시작되면 1주일이나 계속되는 통증이 슬기의 가녀린 몸을 쉴새없이 할퀴어 댔다. 당장 수술을 해야 했지만 돈이 없었다.

월세를 내 운영하는 건강원 수입으로 생활하는 슬기네 부모로서는 수술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슬기는 생명의 꽃망울을 활짝 피우기도 전에 죽음을 기다려야 했다.

골드뱅크 구단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지난달부터. 익산의 지역신문에 소개된 김양의 딱한 소식을 읽은 구단 관계자가 골드뱅크 인터넷 게시판에 내용을 올리면서 기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22일 골드뱅크 회원을 대상으로 '착한 슬기가 아파요' 라는 성금 모금 캠페인이 시작되자 딱한 사연을 전해 들은 골드뱅크 회원들이 속속 성금을 보내 왔고 구단 관계자.선수들도 정성을 모았다.

인터넷 게시판은 슬기를 위한 격려의 글로 뒤덮였다. 모금을 마감한 것은 지난달 29일. 단 1주일만에 무려 1천5백6만여원이 모였다. 회원 적립금이 1천3백90여만원, 계좌를 통해 입금된 액수도 1백11만여원이나 됐다. 골드뱅크는 회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농구장에서 성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이제 슬기양의 투병은 골드뱅크 회원들과 선수들, 팬들이 함께 이겨내야 할 싸움이 되었다. 특히 선수들에겐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레이스보다 더 힘겨운 싸움일지 모른다.

그러나 슬기가 건강한 모습으로 코트를 찾을 때까지 그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