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 기획단 실체 의혹 갈수록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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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선수협의회 탄생을 주도한 기획단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작부터 베일에 싸여있던 기획단에 대한 억측과 소문이 무성했지만 삼성 주장 김기태가 24일 "기획단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권시형(새천년 민주당 정책전문위원)씨가 선수들에게 먼저 접근해 선수협 창설을 권유했다"고 폭로하면서 이들의 의도와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선수협 기획단은 변호사, 교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실제로 이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권시형씨에게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당초 "양준혁의 부탁으로 선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상황을 전해듣고 순수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고 말했으나 김기태의 기자회견을 전후로 `어떤 다른 의도'를 갖고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받게 됐다.

특히 권씨는 `지방을 돌면서 선수들을 만나 가입을 권유했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가 하루도 채 안돼 이를 시인하는 등 말을 바꿔 신뢰성을 잃었다.

또 이 과정에서 '연봉을 크게 올려주고 TV중계권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선수협 창립을 도운 것이 사업적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지적에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 빠졌다.

집권여당의 당료인 권씨가 `순수한 의도'로 선수들의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동원한 수단이 당과 정부를 통한 제도개선 유도가 아닌 선수들의 집단행동을 앞세운 점도 개운치 않다.

특히 창립총회를 막후에서 준비하고 기획한 스포츠마케팅사인 SM1과의 관계도 '아는 후배가 있는 회사'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SM1이나 권시형씨 모두 생업을 제쳐두고 이일에 매달리는 이유가 단지 `딱한 선수들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기태 등 선수협에 반발하는 4개 구단 주장들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폭로' 역시 권시형씨와 기획단의 실체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무려 4차례나 서로 만났다는 양쪽 주장이 뚜렷이 달라 어느 한쪽은 반드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단의 전횡과 횡포에 맞선 선수협의 의지와 각오가 대다수 프로야구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기획단과 권시형씨의 실체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선수협의 장래는 밝지 못하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과 팬들 사이에는 권시형씨와 기획단, 그리고 SM1이 어떤 관계이며 선수협 창립에 관여하게 된 과정 등에 대한 명확하고 설득력있는 설명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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