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지구촌 NGO 테마 탐방] ③ 몽골의 MEA 학교교육 투명성 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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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한반도 면적의 7배, 가도 가도 지평선만 보이는 나라 몽골. 그 넓은 땅에 인구는 불과 250만 명이다. 그나마 절반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몰려 산다. 그 땅에 소리 없는 교육혁명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오후. 울란바토르에서 북쪽으로 200km쯤 떨어진 도시 다르항의 다르항 스쿨. 초·중·고가 함께 있는 이 학교 한 강의실에 100여 명의 교사들이 모여 다른 한 여교사의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다. 강사는 울란바토르 87번 학교 현직교사인 알탕만다흐(32).

“사회과목 수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진행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학생 중심적으로 구성하고, 학부모들을 참여시킬지 등을 설명하지요. 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교육은 교장·교사 등을 대상으로 별도로 합니다.”

이틀간 교사들을 교육시키려고 울란바토르에서 4시간 이상 차로 달려 왔다는 알탕만다흐는 자신의 강의로 학교들에 변화를 일고 있는 것에 무척 만족스런 태도였다. 이날 그의 강의는 MEA (Mongolian Education Alliance)라는 몽골의 한 교육시민단체가 마련한 것이다. 2004년 결성된 MEA는 알탕만다흐와 같은 40명의 전문 교육강사를 확보해 몽골 전역을 대상으로 교사·교장·학부모 훈련을 한다. 강의내용은 효과적인 수업방법에서부터 학교 경영의 개방화·투명성·책임성, 그리고 학부모 참여와 장애학생 돌보기 등 다양하다.

다르항 시의 다르항스쿨에서 MEA의 전문 교육강사인 알탕만다흐가 교사 100여 명을 상대로 효과적인 학습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MEA는 국제적으로도 꽤 알려져 있다. 이 단체의 전신이 투자왕 조지 소러스가 세운 오픈소사이어티재단(OSF)의 몽골지부였기 때문이다. OSF는 특히 전환기에 있는 공산주의국가들의 사회·경제정책들을 돌보는 재단이었는데 MEA는 그 중 특히 교육문제만을 특화해 2004년 독립한 NGO다.

“MEA 설립에는 몽골 교육부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 동안 몽골오픈소타이어티가 추구했던 개방사회·학교투명성·선진교육방법 등을 높이 평가해 정부가 MEA와 함께 학교 선진화 운동을 펴기 시작했으니까요.” 수하바타르 징기스가에 위치한 MEA 본부에서 전문강사 파견 업무를 맡고 있는 브른자르칼(35·여)은 “7년쯤 지난 지금 그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많은 학교들의 운영이 투명해지고 교사· 학부모의 경영 및 교육 참여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MEA는 순수 시민단체이지만 몽골정부와 굳게 협력하며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EA가 펼치고 있는 사업은 다양하고 많다. 설립 5년 만에 몽골 전역 495개 학교에서 1만여 교사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했다. 240개의 유치원 교사 330명, 학부모 6200명, 일반인 9875명도 교육시켰다. 2007년부터는 울란바토르 인근에 4개의 교육개발센터를 세워 지역사회 개방학교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도서관 가기가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역시 울란바타르 지역에 4개의 게르 도서관도 운영한다. 그밖에 월간지 ‘오픈 스쿨’을 130회 발간했고, 지금은 인터넷 교육 포털을 개설해 여론광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틀간 NGO법 제정을 위한 국제포럼도 열었다.

이 많은 사업을 펼치는 MEA의 상근직원은 불과 15명. 이들은 사업예산을 위해 몽골 교육부외에도 유니세프·월드뱅크·월드비젼·세이브더칠드런 등 23개의 국제기구·단체들에 사업계획서를 보내 재정지원을 받았다. 시민운동 단체답게 2008년에는 10여개의 몽골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시민 예산감시 네트워크의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 전문위원 (남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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