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만 팔던 옷, 백화점서 팔았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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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15일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와이웍스’ 앞에서 10대들이 판매 시작 전부터 수십m 줄을 서 있다. 이날 한정 판매한 청바지 100점은 한 시간 만에 동났다.


지난달 15일과 16일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5층. 백화점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됐다. 10대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만 팔리던 힙합스타일 의류 브랜드 ‘와이웍스’의 한정판 청바지와 가방을 사기 위해 판매 시작 전부터 수십m 줄을 선 것. 15일엔 청바지 100점이, 16일엔 가방 100점이 판매 시작 한 시간 만에 동났다. 판매할 상품을 미리 다 팔아버린 와이웍스 매장은 영업이 끝날 때까지 다음날 판매할 상품을 전시해놓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백화점은 보통 다양한 모델과 제품을 갖다 놓고 파는 게 철칙. 그런데 이 브랜드는 하루에 한 가지만 100점 마련해 동날 때까지 파는 온라인 판매 방식을 백화점에서 그대로 고수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청바지와 가방 가격은 온라인과 동일한 5만9000원이었다.

 온라인에서 성공을 거둔 업체들 중 일부는 오프라인에까지 매장을 내며 사업을 확장하기도 한다. 명동의 로드숍이나 압구정동 가로수길, 혹은 작은 쇼핑몰에 입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화점에 매장을 낸 온라인 업체는 와이웍스가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7월까지 한 달에 1~2회씩 압구정점·무역센터점·목동점의 영캐주얼 매장에 온라인 브랜드 의류를 파는 ‘e-브랜드숍’을 지난달부터 열고 있다. 와이웍스는 그중 1호다.

 현대백화점은 와이웍스를 시작으로 오는 13~19일엔 매그앤매그를 목동점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플레이어·하프클럽 같은 인기 온라인 브랜드도 백화점 측과 팝업 스토어(일정 기간 운영한 뒤 없어지는 매장) 오픈 시기를 협의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이들 브랜드 중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브랜드를 골라 창천동·목동·부천 등 3곳의 젊은이 대상 쇼핑몰 유플렉스점에 팝업 스토어가 아닌 단독 매장을 오는 8월 오픈할 계획이다.

 이런 온라인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은 불황기에 백화점 대신 인터넷 이용을 늘리는 젊은 고객을 다시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위해 올 초부터 온라인 브랜드 발굴을 전담으로 하는 MD(상품기획자)를 뒀다. 온라인 전담 배준호 과장은 “품질과 디자인이 괜찮고, 온라인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를 찾기 위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뒤지다 보니 ‘클릭 바이어’란 별명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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