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금감위장, 대우차 국내업체 인수에 부정적

중앙일보

입력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은 21일 "대우자동차 매각은 국내, 해외매각 중 어느 쪽이 21세기에도 한국이 자동차 공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은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혀 국내업체의 대우자동차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초청 최고경영자 신년 세미나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자동차를 조립해도 GM이나 포드가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다 쓸 정도라면 국내기업이 대우차를 인수해서 국내부품을 사용할 경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최근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과 관련해 GM이나 포드가 대우차를 인수하면 현대차를 망하게 해 국내에서 독점을 추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들 업체가) 해외시장에서 이미 경쟁관계에 있으며 홈그라운드에서 진다면 어차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최근 대우자동차 매각과 관련해 GM과 포드뿐만 아니라 현대 등 국내에서도 인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업체에 매각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이어 "기업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상식화돼 있다"면서 "선진국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오랜 논의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 결과 금융자본과 실물자본은 분리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따라서 새로운 지배구조의 확립을 통해 대주주는 없지만 책임경영이 이뤄지는 선진적인 주식회사 제도를 정착시켜야만 우리도 세계 수준의 은행이나 대기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 재벌의 은행소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앞으로 건전성을 입증하지 못한 금융회사는 고객의 외면을 받아 퇴출될 수 밖에 없으며 대출 상환능력을 입증할 수 없는 기업은 자금을 빌리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는 한마디로 구조조정이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뿐 아니라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장에 의해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돼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서울=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