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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업체, 대기업 때문에 다 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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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중소 두부 제조업체의 65%가 문을 닫았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지난달 22일 ‘중소기업 적합 업종 및 품목 선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중기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 측은 대기업과 경쟁해 중소업계가 타격을 받은 대표적 업종으로 두부 제조업을 들고 나왔다. 두부의 경우 1983년에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됐던 품목. 그런데 2006년 고유 업종이 해지되니 CJ와 대상 같은 대기업이 뛰어들어 중기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게 당시 주장의 골자였다. 구체적으로 2006년 188개에 달했던 두부업체가 3년 뒤인 2009년에는 66개로 65%가 문을 닫았고, 25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통계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사업 참여로 두부업체가 대폭 줄었다는 중기중앙회의 주장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히려 두부만큼 중소기업 고유업종 규제를 풀어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규제를 했을 때와 풀고 난 이후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자. 통계청에서 전국의 1인 이상 사업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두부 및 유사식품’을 제조하는 사업체는 중기 고유업종 규제를 풀기 전인 2005년 1571개에서 2009년 1583개로, 총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5931명에서 6297명으로 증가했다. 규제를 풀었더니 오히려 사업체와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중소업체가 타격을 받았다는 주장은 왜 나왔을까. 통계 기준이 바뀐 것을 간과한 듯하다. 통계청이 2006년 두부업체 조사를 할 때는 5인 이상 고용사업체 수를 헤아렸으나 2009년에는 10인 이상으로 기준을 바꿨다. 5~9명을 고용하는 업체 수가 통계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188개이던 업체가 66개로 줄어든 것처럼 보이게 됐다. 통계 기준이 달라지는 바람에 중기 고유업종 제도 폐기를 전후로 5인 이상 또는 10인 이상 두부 제조업체와 종사자 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할 방도는 없는 게 현실이다.

 중기중앙회는 이런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중기 적합 업종 선정’이 국가적으로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하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통계는 규제를 푸는 것이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들고 나온 통계인 만큼 통계가 말하는 교훈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