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조 빚진 LH 채권 위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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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행한 채권이 만약 부실화하더라도 대부분 정부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과 전국은행연합회는 “LH 채권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상 위험가중치를 현행 20%에서 국채 수준인 0%로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4일 밝혔다. 이 방안은 6월부터 적용된다.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한정된 조치지만 사실상 LH 채권이 정부나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처럼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뜻한다. 부실화할 가능성이 작고, 행여 부실화하더라도 정부로부터 대부분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LH의 돈 줄을 만들어 보금자리지구 등 주요 사업을 탈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금융시장에서는 은행은 물론 연기금 등의 LH 채권 투자가 늘 것으로 내다본다.

사실상 무위험 자산

지금은 위험가중치가 20%여서 LH 채권에 100억원을 투자한 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약 2억원(자기자본비율이 10%인 경우) 더 확충해야 했지만, 다음달부터 이런 문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자산운용 차문현 대표는 “시장에서 LH 채권의 신용도가 높아져 자금운용이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LH 재무처 윤복산 차장은 “금융회사는 물론 연기금 등의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LH는 장기적으로는 채권 발행금리 인하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빚이 125조원이나 되는 LH의 채권이 어떻게 국채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이는 LH의 주요 사업 대부분을 정부가 손실보전키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6일 LH 공사법을 개정해 정부가 손실을 메워주는 사업 대상을 보금자리주택·임대주택·산업단지 개발 외에 세종시·혁신도시 개발까지 확대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LH의 사업 위험을 정부가 대부분 떠안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용도가 높아져 채권의 안전성이 확보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 BIS 위험가중치가 0%로 정해진 곳은 LH가 처음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LH의 부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는 고민은 하지 않고, 보금자리지구 건설 등 정부의 핵심 사업 차질을 우려해 지나치게 유동성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위험을 모두 떠안기 때문에 행여 LH에 문제가 생기면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에 하나라도 LH에 문제가 생기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소리”라며 “세종시·혁신도시건설 등 주요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주택기금 출자전환 등을 통해 부채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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