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손회장 "기업 사회적 비용부담 너무 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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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은 19일 "기업들이 생산활동과 무관한 사회적 비용을 너무 과중하게 부담하고 있다"며 "기업은 기업본연의 일을 충실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21세기 경영전략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사회적 비용부담은 결국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취약하게 만든 원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 동네 파출소 하나만 지어도 인근기업들이 돈을 내줬고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었을 때, 또 월드컵을 개최한다고 할 때도 결국 기업들이 돈을 내주지 않았느냐"며 "이는 한국만의 독특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어 "방위성금, 수재의연금, 체육성금 등 수많은 이름의 기부금은 기업의 입장으로 볼 때 결국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기업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도 일부는 이런 과중한 사회적 비용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기업인들도 사회지도층으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다"며 "비록 사회적 비용이기는 하나 사회공헌 활동에 기업인들도 발벗고 나서야 하며 그런 기업만이 21세기형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회장은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제는 기업에도 유능한 인재들이 많아진 만큼 정부관료와 기업인들이 상호 협력하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고도성장기에는 우리 경제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정부관료 엘리트들이 수행해왔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그러나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관료엘리트의 지도가 아니라 기업인과 관료간의 충분히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21세기 지식기반 시대의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사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관건"이라며 "도전의식과 창의력을 갖춘 기업가 정신으로 철저히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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