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CB’ … 진화하는 코스닥 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코스닥 상장기업인 E사는 2009년 9억9000만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E사 대표이사 A씨는 30 대 1 감자(減資, 주식 총수를 줄임) 계획을 13명의 지인들에게 미리 알려줬다. 아울러 이들과 CB를 주식으로 바꾸는 행사가격을 500원으로 고정시킨다는 약정을 맺었다. 감자 후 주식가격은 1만5000원이 됐지만 A씨의 지인들은 예외였다. 사전 약정에 따라 500원의 행사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게 된 이들은 5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1인당 평균 4억4000여만원이었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는 E사를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감자를 할 경우 주식 액면가는 감자 비율만큼 올라가지만 행사가격이 고정돼 있으면 저가에 주식으로 전환해 큰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목적을 위해 발행되는 CB는 ‘황금 CB’로 불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황금 CB는 코스닥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비리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황금 CB=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만기가 됐을 때 미리 정해 둔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낮으면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높으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