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세계 모든 회사가 삼성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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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로 출근해 사옥을 둘러보고 있다. 이 회장이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은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김도훈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1일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집무실로 출근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마이바흐 승용차를 이용해 전자 사옥 본관으로 출근한 뒤 새로 마련한 42층 집무실에서 오후 3시까지 근무했다. 2008년 말 서초사옥이 완공된 지 2년 반 만의 첫 출근이다.

 이 회장의 출근은 이례적이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서울 한남동 자택이나 외빈 접대 장소인 승지원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

 지난해 12월 1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때 서초 사옥에 처음 들렀지만 집무를 보지는 않았다. 이날 이 회장의 첫 출근은 삼성이 국내외에서 견제받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최대 고객이자 경쟁사인 미국의 애플이 삼성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날 출근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퇴근 직전, 기자들이 "왜 오늘 오셨냐”고 묻자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라고 농담조로 얘기했다. 그는 출근 후 애플의 특허 소송을 포함해 그룹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기자들에게는 “처음 듣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점심은 42층 접견실에서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중식으로 진행됐다. 인상 깊은 얘기가 있었느냐고 묻자 이 회장은 “회장이 인상 깊은 얘기를 들으면 안 되지. 비슷한 얘기를 자꾸 반복해 듣는 것이 윗사람이 할 일”이라고 답했다.

 “삼성이 위기인가요”라는 질문에 이 회장은 “위기요? 삼성이 위기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되물었다. 평소 위기를 강조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애플의 소송 제기에 대해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기술은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애플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와 관계없는, 전자회사가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면서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고 풀이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출근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끔”이라고 짧게 답했다.

글=심재우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이건희 회장 말말말(21일)

“ 전자회사 아닌 회사까지도 삼성에 대한 견제가 커지고 있다.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

“ 회장이 인상 깊은 얘기를 들으면 안 된다. 비슷한 얘기를 자꾸 반복해 듣는 것이 윗사람 할 일”

“서초동 사옥에 가끔 출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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