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가까이에 있는 달이 커보이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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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간 일반인은 물론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가 됐던 달에 대한 수수께끼가 미국의 부자(父子) 과학자에 의해 풀렸다.

수수께끼는 바로 달이 하늘 높이 있을 때보다 지평선 가까이 있을 때 더 커보이는 이유에 대한 것이다.

달이 하늘 높이 떠 있을 때보다는 지평선 가까이에서 더 커보이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현상으로 `달 착시(moon illusion)''라고 한다. 하지만 그 원인은 수백년에 걸친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학술원회보(PNAS)는 최근호(4일자)에서 미국 뉴욕대 심리학자 로이드 카프만 교수와 그의 아들인 IBM 알마덴연구센터 물리학자 제임스 카프만 박사가 `달 착시현상의 원인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며 표지논문으로 다뤘다.

달이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나 높은 하늘에 떠 있을 때나 지구에서 볼 때 거리와 크기가 실제로 똑같기 때문에 달착시현상은 사실 사람의 뇌가 외부 정보를 받아들여 해석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착각이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이 현상에 대해 두가지 설명이론을 제시했으나 두 이론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돼 왔다.

달 착시현상 설명 이론 중 더 오래된 것(겉보기-거리 이론)은 달이 지평선 근처에 있으면 주변 지형 등의 정보가 뇌의 거리인식에 영향을 미쳐 달이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1965년에 등장한 다른 이론(겉보기-크기 이론)은 높이 뜬 달이 더 작아 보이기 때문에 뇌가 지평선 근처의 달보다 더 멀리 있는 것처럼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즉 `겉보기-거리 이론''은 뇌가 먼저 물체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크기가 달라보이는 착시가 생긴다는 것이고 `겉보기-크기 이론''은 눈으로 보이는 크기 차이에 따라 거리가 실제보다 멀거나 가깝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프만 박사팀은 최근 컴퓨터와 광학계를 이용, 지평선 근처와 높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만들어 보여주는 실험으로 `겉보기-거리''이론이 옳음을 입증했다.

달 착시현상은 인간의 뇌가 지평선 근처의 달이 하늘 높이 떠 있는 달보다 더 멀리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지평선 근처의 달이 하늘 높이 떠 있는 달보다 멀리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은 작아보인다''는 상식을 보완하려는 작용으로 달이 실제보다 더 커져 보인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지평선 근처의 달이 높이 떠 있는 달보다 자신들로부터 4배나 더 멀리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달을 더 가까이 옮길 경우 달이 오히려 더 작아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끝이 점점 좁아지는 철로 그림의 가까운 곳과 먼 곳에 길이가 같은 선을 그렸을 때 먼 곳에 그린 선이 더 길어보이는 `폰조 원근착시(Ponzo perspective illusion)''와 비슷한 현상이다.

지평선 근처의 달이 멀리 있다는 착각을 없애는 실험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즉 엄지와 검지로 만든 조그만 틈이나 파이프를 통해 달을 보면 주변 지형이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 높이 떠 있는 달과 크기가 같아 보이게 된다.

카프만 교수는 ''인간은 물체까지의 거리에 관계없이 실제 크기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 멀리 있는 자동차나 나무 등은 작게 보이지만 뇌는 실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며 ''이런 뇌와 시각 작용이 달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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