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놓을 예산 내가 따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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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길이 38m, 폭 3m의 육교 하나 때문에 광주 지방정가가 시끄럽다.

 서구에 있는 금당산과 풍암호수 사이에는 왕복 6차로(백운광장∼나주 남평)가 통과하고 있다. 두 곳은 화정2·3·4동(5만2000여명)과 금호1·2동(5만5000여명), 풍암동(4만2000여명)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운동 코스다. 주말·휴일이면 다른 지역 사람들까지 몰린다.

 그러나 금당산 산책로에서 풍암호수 쪽으로 가거나, 반대로 호수에서 금당산으로 가려면 폭 35m의 도로를 건너야 한다. 무단 횡단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높고 운동 흐름이 끊긴다는 불만도 많았다. 그리고 연결 통로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육교 건설에 드는 비용은 27억원.

 지난 15일 행정안전부로부터 특별교부세 10억원을 확보하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이 예산을 여·야 국회의원 2명에 구청장까지 자신이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광주 서구 을)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육교 설치를 위해 맹형규 장관을 두 차례 만나 국비 지원을 강력히 요구해 10억원을 우선 지원받게 됐다”며 “나머지 17억원도 국비와 시비로 확보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정현(비례) 의원 측은 발끈했다. 2008년부터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이 의원은 “처음엔 생태통로로 추진했으나 사업비가 100억 이상 들어 생태육교로 추진하게 됐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환경부·행안부 등 관계부처를 직접 뛰어다니며 설득했다”며 “맹 장관이 나를 볼 때마다 ‘아! 육교’라고 말할 정도로 이 문제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김 의원이 정치 선배인 데다 지역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확보됐으므로 누구의 공(功)인지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공 다툼에 구청장까지 가세했다. 광주시 서구도 최근 보도자료를 내 “김종식 구청장이 중앙부처와 국회 등을 방문하고 지역 정치인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닌 결과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별교부세 확보 과정에서 김 구청장의 공로가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 김모(45·풍암동)씨는 “국회의원선거철이 다가오다 보니 빚어진 일 아니겠냐”며 “예산 확보를 생색내려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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