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인터넷 기업들 '손정의 리스트’로 몸살

중앙일보

입력

‘孫風’이 증권가와 인터넷 시장에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방크 사장이 지난 99년 12월21일 서울로 날아와 “3년 내에 1백개의 한국 인터넷 기업에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자, 손정의 사장의 투자대상기업이 어디가 될지를 놓고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대상이 될 인터넷 기업들로서는 ‘손정의 표 인터넷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주는 프리미엄 때문에 투자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더더욱 투자대상이 되기를 희망하는 눈치다.

증권가에서는 손정의씨의 투자예상기업을 적은 ‘손정의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 리스트의 내용을 보면 아직 코스닥에 미등록 상태로 기술력과 시장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 ‘실속파’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더욱 그럴싸해 보이게 하고 있다.

손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 그의 투자원칙은
상장직전 종목에 40%
창업초기단계의 아이디어 많은 회사에 40%
나머지 20%는 소프트방크 합작회사의 국내 진출에 투자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리스트가 등장하게 된 것은 이번에 방한한 손씨가 지난 99년 12월21일 조찬강연회를 갖고 나서부터이다.

이 자리에는 학계·언론계·정부관계자와 인터넷 기업 대표들을 포함해 모두 1백50명 정도가 참석했고 이들중 70~80명정도가 인터넷 관련기업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 리스트에 언급된 기업들은 다름아닌 이날 강연회 참석기업의 명단. 이 명단은 소프트방크의 국내 투자지주회사 소프트방크홀딩스코리아를 합작설립키로 한 나래이동통신측이 작성한 것으로 투자대상기업 물색작업을 전담할 나래이통의 손을 한 번 거친 명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리스트와 투자대상기업과의 연관성을 어느 정도 긍정하는 입장이다. 대우증권 투자정보부 박진곤 과장은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참석기업 명단이 투자의 방향과 색깔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리스트에 올라간 기업들은 벌써부터 고자세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리스트의 기업들중 일단 상장된 기업과 코스닥기업들은 투자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손씨가 투자할 금액은 기업당 평균 1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여 이미 시가총액이 수조원에 달하는 이들 기업들에 투자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손씨 스스로가 밝혔듯 상장이전의 유망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이 그의 투자스타일이기도 하다. 대신 이날 참석한 장외기업들은 어느 정도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들이라는 평가다.

반면 나래이동통신측은 이같은 리스트의 출현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나래이통의 관계자는 “한 마디로 ‘손정의 리스트’는 없다. 행사 당일 초청된 기업들은 국내 인터넷 대표기업들에 불과하며 투자대상기업과는 무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어느 정도 오해 소지가 있으리라 예상해 부사장이 중심이 돼 더욱 신중한 선정작업을 거쳤다”고 덧붙여 ‘고심’끝에 나온 명단임을 인정했다.

리스트의 기업들 외에 이른바 ‘손정의 칩’으로 불리고 있는 삼보컴퓨터, 나래이동통신 관련 회사들에 대해서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증권 코스닥팀의 나홍규 팀장은 “어차피 한국측 파트너인 삼보컴퓨터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삼보컴퓨터와 나래이통이 지분참여한 회사들이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보컴퓨터의 이용태 회장과 그의 차남인 나래이통 이홍선 사장은 손씨를 일반인이 주목하기 전인 8년 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이번 국내 파트너로의 선정은 이같은 개인적 친분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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