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벤처밸리 대덕단지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TST 힐'' 을 주목하라-. 세 집에 한 집꼴로 박사들이 산다는 곳, 대덕연구단지(TST) 가 대규모 벤처기업벨트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한 두개씩 둥지를 틀기 시작한 벤처기업 숫자가 어느새 3백여개. 국내 최대라는 테헤란 밸리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다.

낮은 구릉지대로 이뤄진 이곳 벤처지대를 가리켜 최근 생겨난 별칭이 TST 힐. 지금 이곳에선 번화한 서울 강남에 자리잡은 테헤란 밸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벤처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TST 힐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모양새를 갖춰가는 벤처지대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종득(신기술창업지원단장) 교수는 "이스라엘이나 유럽처럼 대다수 벤처창업이 ''정부 지원-민간 참여'' 라는 형태를 띠고 있다" 고 말했다.

실제 이곳 3백여 벤처기업 중 90% 가량은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교육부.중기청의 벤처양성 정책에 따라 입주에서 운영은 물론 최고 1억원 이상의 개발자금까지 지원받고 있다.

이와 함께 업종이 다양한 것도 특징. 정보.전자 중심인 테헤란 밸리와 달리 TST 힐에는 기계.생명.재료.의료.원자력 등이 전체 벤처 중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단지관리본부 이상태 사무총장은 "현재 20여개 이상의 벤처업체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며 "창업 문의가 끊이지 않아 올 내내 입주 러시를 이룰 것 같다" 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말 개정된 대덕단지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간 불가능했던 산업체 입주가 가능해져 입주 러시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러한 정부 주도형 벤처벨트 양성에 대해 우려의 소리도 있다. 지난해 이곳에 자리잡은 30대 벤처기업 사장은 "솔직히 정부지원이라는 곶감에 입맛이 끌렸다" 며 "정부가 지나치게 숫자 부풀리기에만 집착, 옥석 구별에 소홀한 인상도 받았다" 고 말했다.

과기부 기술개발지원과 유성수 과장은 이에 대해 "초기단계지만 연구소에서 축적된 기술이 효과적으로 창업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 장점" 이라며 "창업컨설팅.회계자문.판로개척 등을 공동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만큼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다" 고 말했다.

대덕단지〓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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