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에 길 막힌 일본 궁내청 조선왕실의궤 반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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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간에 맺은 ‘한·일 도서협정’은 조선왕실의궤 등 일 궁내청에 소장돼 있는 1205권의 약탈 도서를 한국에 반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선왕실의궤가 167권, 대전회통(大典會通)이 1권,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가 99권, 기타 규장각 도서가 938권이다. 하지만 협정 체결 후 반년 가까이 ‘도서협정’은 일본 의회에서 비준되지 못한 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자민당 내에 도서 반환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는데다 여·야 대립이 격해지면서 도서협정 비준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수습하느라 처리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일 정부는 다음달 22일부터 이틀 간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 도서를 반환한다는 목표 아래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일 외무성은 한·중·일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마쓰모토 다카아키(松本剛明) 외상이 한국을 방문하는 다음달 초 혹은 중순까지 의회에서 협정을 비준 받겠다는 방침이다. 이르면 15일 개최되는 중의원 외무위원회 자리에서 자민당 측에 ‘도서협정’취지를 설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민당 일부에선 “식민지 시대에 역으로 일본이 한국에 가져 간 도서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조사해 결과를 알려주기로 외무성이 약속해 놓고 아직 보고를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국회 비준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취지 설명’이 제대로 이뤄질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무위원회에서는 일단 심의할 법안이나 조약의 취지 설명이 있은 후 심의를 시작할 수 있게 돼 있다.

 주일 대사관 관계자는 “일본 의회의 비준 절차만 끝나면 운반과 관련된 실무 작업시간만 남게 된다. 이후 거의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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