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독재자의 말로 보여준 무바라크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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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집트를 철권(鐵拳) 통치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이집트 검찰 당국은 무바라크와 두 아들이 구금된 상태에서 부정축재와 권력남용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어제 발표했다. 독재자의 구속은 아랍권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이집트의 성난 민심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데 이어 독재자에 대한 단죄(斷罪)에 나선 것이다. 민심의 파도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어엎기도 한다. 역사의 철칙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을 사람이 무바라크뿐이겠는가.

 무바라크는 30년 동안 절대권력의 표상이었다. 경찰력을 동원한 무자비한 공안통치로 이집트 국민을 철저하게 탄압했다. 인권을 유린했고, 자유를 억압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없었다. 소수의 특권층이 부와 권력을 독점했다. 이집트 국민의 참았던 분노가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계기로 폭발했다. 전국적인 시위 사태 18일 만에 무바라크는 권좌에서 물러났다.

 민심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무바라크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자 과도정권을 이끌고 있는 군사위원회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무바라크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일가는 막대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00억 달러라는 소문도 있다.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을 명령함으로써 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혐의도 받고 있다. 무바라크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집트와 아랍권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을 따르면 흥하지만 거스르면 망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 이치에서 예외인 권력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무도 없었다. 독재자는 권력을 독차지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비참한 말로는 예정된 수순이다.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아랍의 봄’은 이미 시작됐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예멘, 바레인, 요르단, 시리아로 확산되고 있다. 그 기운은 아랍권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독재자인 김정일 부자(父子)의 각성과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