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강의 7년…연세대 인기 최고 ‘연애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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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관(가운데) 교수가 14일 강의가 끝난 뒤 수강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나는 여자친구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고 1주일 간 잠이 들지도 먹지도 못했어. 그걸 어떻게 극복했을까?”

 14일 오후 2시 연세대 체육교육관 강의실. 열네 명의 학생들이 전용관(41·스포츠레저학)교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 사람을 생각만 해도 행복했던 그 자체가 의미 있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마음이 안정됐지.”

 전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은 모두 19, 20세다. 신입생을 위한 교양과목인 ‘너희가 사랑을 아느냐’는 2005년 개설돼 7년째 전 교수가 맡고 있다. “수강신청 2초 만에 마감되는 최고 인기 수업”이라고 한 수강생이 귀띔했다. 전 교수는 ‘최우수 강의상’을 2회 연속 받기도 했다.

 ‘사랑’의 길을 밝혀주는 전 교수의 전공 분야는 스포츠의학이다. 당뇨·비만 환자·장애인을 위한 특수체육과 운동처방 등을 연구한다. 2005년 전공 연구를 위해 통계청 사이트를 찾았다가 2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학생들과 이 주제로 대화하다가 연애 실패로 목숨을 버리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 마침 교양 강의를 맡을 기회가 왔다.

 ‘나를 사랑하는 법’과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이 강의의 주된 주제다. 정원 12명의 2배수로 수강신청을 받아 강의를 듣고 싶은 이유를 일일이 들은 뒤 수업할 학생을 고른다. 한 학기를 함께하면 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수강생 외에도 1주일에 두세 명이 전 교수의 상담을 받는다. “죽고 싶다”는 급박한 전화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걸려온다. 그럴 때면 일정을 미루고라도 즉시 만난다. ‘연세대의 연애 멘토’라는 별칭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최근 7년의 강의록을 모아 책으로 냈다. 지난해 한 학생의 장례식장에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연세대 학생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교수로서 책임을 느끼고 책 작업에 매달렸다. 인세는 봉사단체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전 교수는 이번 학기 전공 3과목을 포함해 6과목을 강의한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이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이어서 외부 활동도 많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을 아픔을 듣는 것이 교수로서 나의 존재 의미”라고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만, 사람은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이날 강의를 마치며 그가 학생들에게 해준 말이다.

글=심서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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