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나눔이야기] 우리 집 돼지 3형제 ‘북한이’‘세네갈’‘에티오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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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주
대전괴정고 2

우리 집에는 돼지 저금통이 세 개 있다. 4년 전, 온 가족이 동전을 모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자며 산 것이다. 지난해엔 그 돼지 꼬마들에게 이름도 생겼다. ‘북한이’ ‘세네갈’ ‘에티오피아’다. 동전을 모아서 기부를 할 나라들 이름이다. 이름을 붙였더니 동전을 넣을 때마다 그 나라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정확한 목표도 생겼다. 지난해 4월엔 그렇게 3년간 모은 100여 만원을 어린이재단을 통해 세네갈에 기부했다.

우리 가족이 동전 모으기를 시작한 건 2007년 11월쯤부터다. 어느 주말 저녁, 어려운 이웃을 소개하는 KBS TV의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기아로 매일 수십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에티오피아의 처참한 삶을 보고 난 충격을 받았다. 방송을 진행했던 어린이재단에 전화를 걸어 그들을 도울 방법이 뭔지 물었더니 “한 달에 2만원이면 에티오피아 어린이 한 명을 후원할 수 있다”고 했다. 중1이던 그때 내 한 달 용돈은 2만원이었다. 엄마에게 내 뜻을 얘기했더니, “네가 1만원을 내면 엄마도 1만원을 보태주마”하셨다. 나의 조그만 나눔 활동이 시작됐고, 곧 돼지 저금통들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부터 엄마는 다섯 살이 된 동생에게도 동전을 주면서 그 저금통에 넣게 하셨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어려운 삶을 얘기해 주며 저금을 권하시는 엄마에게 동생은 “문구점에서 뽑기를 할거야”하고 짜증을 내곤 했다. 그러던 동생이 요즘은 달라졌다. 아침이면 “아프리카 아이들도 밥을 먹어야지요”하면서 가족들의 동전을 모두 수거해 저금통에 넣는다.

나는 부모님께 매달 받는 용돈과 특별하게 생기는 용돈을 각각 다른 통장에 모아둔다. 정기 용돈으로는 매달 에티오피아 어린이를 후원한다. 세뱃돈이나 가끔 친척들에게 받는 용돈, 부모님 심부름 대가로 받은 돈은 세네갈로 간다. 유치원 때부터 모아온 그 특별한 용돈이 지난해 6월 500만원쯤 됐을 때 나는 또 어린이재단을 통해 세네갈에 보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두 번에 걸쳐 기부한 600여만원으로 세네갈의 초등학교에 화장실과 수도시설이 설치된 사진을 봤다. 정말 뿌듯하고 기분좋은 일이다. 그곳의 어린이들이 나의 작은 도움으로 좀더 위생적인 환경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

요즘은 ‘북한이’에게 밥을 많이 주고 있다. 정치적인 복잡한 문제를 떠나 최근 북한의 어린 꽃제비들이 기차역에서 구걸해 허기를 채우는 모습을 TV로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과거에 나는 기부는 부자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나 같은 학생들도 마음만 먹으면 지구촌의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인주 대전괴정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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