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한국마라톤의 대부 정봉수(66) 코오롱 감독이 병든 노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와해 직전에 몰렸던 팀을 재건하고 나아가 죽기전 소원이라는 여자마라톤 세계제패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중풍과 신부전증 등 당뇨 합병증에 골반이 어긋나 거동조차 불편한 데도 새천년목표를 향한 그의 가슴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팀이 풍비박산나 연말연시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정 감독은 "인생이란 다그런 것"이라며 "미래가 있기에 전혀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겨울철 전지훈련을 계획하는 등 재기를 위한 무서운 집념을 보였다.
코치를 새로 영입, 면모를 일신한 팀을 이끌고 10일부터 한 달간 경주에서 예정된 동계훈련을 진두 지휘할 예정이다.
일단 팀이탈 두 달만에 복귀한 국가대표 서옥연과 고교 최대어인 지영준(충남체고), 김옥빈(이리여고)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정 감독의 분석이다.
특히 김옥빈은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자질이 뛰어나고 정신력이 남달라 4년후 아테네올림픽에서 기대를 걸 만하다고 했다. 여기에 김용복이 다음달 상무 제대후 복귀하면 코오롱의 팀 재건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
정 감독은 "유일한 고민은 몸이 갈수록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나 은퇴는 선수들을 세계정상에 올려놓은 후에야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를 배출, 20세기말 마라톤 중흥을 이끈 정 감독이 뉴 밀레니엄에 화려한 은퇴에 성공할 것인가가 국내 육상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서울=연합]